축구 최고상 발롱도르, 꿩 대신 닭 발롱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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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648만원짜리 발롱도르(左), 12만원짜리 ‘발롱우드’(右).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만나는 벨기에 대표팀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23·첼시). 그가 지난 1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라커룸에서 축구공 모양의 나무 트로피를 들고 “발롱도르(ballon d’or)는 내 것이 아니지만, 발롱우드(ballon wood)는 내 것이다. 하하하하”라며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이 나무 트로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가 지난 14일 수상한 FIFA-발롱도르 트로피(순금 도금)와 모양만 비슷한 것이다. 아자르는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2013년 발롱도르 후보 23명에 포함됐지만 수상의 영예는 얻지 못했다. 그래서 ‘짝퉁 발롱도르’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탈락의 아쉬움을 달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발롱우드’는 한국 제품이었다. 캠핑용품 업체 레저맨이 2000년부터 제작한 이 공의 이름은 ‘아트볼’이었다. 5각형과 6각형의 나무 32조각을 정교하게 짜맞춰 실제 축구공보다 구(球)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발롱우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참가 32개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줘서 유명해졌다. 이후 독일과 미국·브라질·멕시코 전시회에 참가해 세계 시장을 공략했지만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사승진 레저맨 사장은 “갑자기 아트볼 구매 문의가 쇄도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아자르 덕분이었다. 최근 특허청에 ‘아트볼’을 ‘발롱우드’로 바꿔 등록했다. 홈페이지 주소도 ‘ballonwood.com’으로 바꿨다”고 반색했다. 사 사장은 “아자르가 정말 고맙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같은 조가 된 것도 인연인데, 예상치 못한 행운까지 가져다 줬다. 발롱우드에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과 선수들 사인을 받아 첼시 구단을 통해 아자르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이 2011년 자선 경매에 내놓은 발롱도르 낙찰가는 2만6000파운드(약 4648만원)였다. 발롱우드 가격은 단돈 12만원이다. 발롱우드를 전 세계에 알린 아자르는 차기 발롱도르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6월 27일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벨기에와 만난다. 경계 대상 1호는 아자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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