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표안감' 이후 반세기 … SK 수출 비중 50%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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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962년 첫 수출돼 그해 4만6000달러를 벌어들인 ‘닭표 양복 안감’의 로고. SK그룹의 제1호 수출품이었다. [사진 SK]

‘닭표안감’으로 첫 수출을 시작했던 SK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26일 SK그룹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그룹의 총 수출액은 57조3078억원으로 총 매출액 110조9951억원의 50%를 넘어섰다. 내수는 수출보다 3조6204억원 적은 53조6873억원으로 집계됐다. SK는 그간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에 이은 재계 3위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비중이 작아 “내수 기업이 아니냐”는 설움을 받아왔다. 이는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 하이닉스와 같은 상장사 15개의 실적만을 반영한 것으로 지주회사와 SK건설, SK해운과 같은 그룹 내 비상장사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SK는 “수출이 주력인 이노베이션과 하이닉스의 2013년 4분기 실적까지 감안하면 수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61년간 ‘섬유→석유·화학→반도체·통신’으로의 사업 변신을 통해 성장해 왔다.

 첫 수출품은 ‘닭표안감’이었다.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한국전쟁 후인 1953년 4월 8일 폐허가 된 수원의 작은 직물공장을 인수하면서 SK의 그룹사가 시작됐다. 최 회장은 당시 ‘빨아도 안 줄어드는’ 양복 안감소재인 닭표안감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후 동대문에서 최고로 꼽히던 도안사 조용광씨를 영입하면서 ‘닭표안감’과 ‘봉황새 이불’이라는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1962년 4월 홍콩 무역상의 손에 건너간 닭표안감은 그해 4만6000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섬유사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하던 SK는 최 회장이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자 변화를 맞게 됐다. 동생인 미국 유학파 출신이었던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최종현 회장은 1980년 유공 인수, 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그룹의 주력사업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98년 SK로 사명을 바꾸고 7개월여 만에 최 회장이 별세하면서 SK는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파고를 겪었다.

 최태원(54) 현 회장이 경영을 맡은 건 2004년이었다. 그는 이듬해 2005년 ‘뉴 SK’라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부진불생(不進不生·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죽는다)’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이 전체의 70%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수출이 그룹 매출의 절반을 넘게 되기까진 그로부터 8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엔 최 회장이 앞장서 인수한 연매출 9조원대 SK하이닉스의 공이 컸다. SK 관계자는 “올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시장 불안이란 대외 시장의 난관이 있지만 석유·화학·반도체를 앞세워 수출을 계속 확대해 국가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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