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5)저질가요와 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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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필자가 『안녕하세요』 『어쩌나』등 몇개 가요의 예를 들어 가요의 저질화를 지적한 것이 연예계에서 꽤 심각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 가요의 저질화문제는 해묵은 것이다. 가요평론 부재의 현상이지만 지적되지 않았을 따름이다.
가요발전을 위해서는 설혹 좋지 않은 소리라도 비평은 존재해야 한다. 어느 샹송의 가사에도 있듯이 작사가의 가사나 시인의 시구는 세월과 함께 사라져도 작곡가가 만든 멜러디만은 길이 남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특히 작곡가는 그것이 비록 쉬 망각될지도 모를 이른바 유행가라 하더라도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우러나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곡조를 써야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또 지나간 시대의 유행가와는 달리 오늘과 같은 대중사회 속에서의 이른바 대중가요가 젊은이들의 의식화작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면, 그리고 TV시대의 대중가요가 텔리비젼과 함께 생활하고있는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아뭏든 어린이가 브라운관을 통해 익힌 이상한 가요를 이상스런 몸짓까지 흉내내면서 그야말로 열창하고 있는 것을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착잡한 것이다. 그런 뜻에서 말할 수 있는 동요부재는 이미 사회문제화 되고있다고 본다. 한편 세계적인 유행이라고는 하나 외국가요의 대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젊은이들 또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취사선택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아무 곡이나 수용하는 들뜬 경향이 어린이의 경우는 물론이고 젊은이의 경우에도 엿볼 수 있어 어른들의 노래나 남들의 노래가 아닌 자기들의 노래를 더욱 진작해야함은 물론이지만 그런 점에서 더 가요비평 부재는 또 하나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와 젊은이를 누구보다도 먼저 생각해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일의 삶을 그들의 생활 속에서 노래하는 대중음악의 세계에서도 이른바 「그레셤의 법칙」같은 것이 일방적으로 통용, 적용된다면 한마디로 암담하다. 다시 말해 아무리 배금주의나 상업주의로 치닫는 풍조, 풍토라 할지라도 인간성의 이상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것이다.
점점 더 정신적으로 황폐해가며 정서적으로도 건조해 가는 오늘, 그 결과가 가져올 가공할 몰개성화·비인간화·반인격화 등등의 거친 상황에 맞서는 우리 노래가 아쉽다고 생각되는 때문이다. 【최경식<경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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