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실질적 피해, 카드사 과실 입증이 승패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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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08면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130명이 지난 20일 이들 카드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첫 집단소송을 냈다.

줄소송 준비하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전국 신용카드 보유자의 70%에 달하는 1500만 명이고 유출된 개인정보도 1억400만 건이나 된다는 점에서 유사한 집단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집단소송카페 가입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다. 가장 규모가 큰 카페는 이흥업 변호사가 만든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카드사 고객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다. 이 카페에는 24일 현재 3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가입했다. 하지만 일부 카페들은 ‘소송비용 1만원, 보상금액 60만원’ 등 구체적 보상금액까지 제시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소송에 따른 2차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조계에선 유사한 개인정보 유출 소송의 판례를 들어 그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는다.

정보유출 과정만 놓고 볼 때 가장 유사한 사건은 2008년 발생한 GS칼텍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다. 당시 GS칼텍스의 고객정보 위탁업체 직원이 고객 1151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뒤 이를 팔아 넘기려다 적발됐다. 고객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2012년 12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회원의 정보가 저장매체로 옮겨져 보관되던 중에 모두 압수·폐기된 만큼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2006년 하나로텔레콤이 동의 없이 고객 51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에 대해선 1, 2심이 모두 “10만~2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소송은 고객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는 점에서 GS칼텍스 사건이나 이번 신용카드 사건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이번 소송의 관건은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과정에서의 카드사 과실책임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과거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감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한변협 최진녕 대변인은 “중요 개인정보는 암시장에서 건당 최고 7만원씩에 거래되는 등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 발생을 입증할 수 있다”며 “카드 재발급에 따른 기회비용과 정신적 피해를 따져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이번 소송은 기업이 갖고 있던 정보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용카드 약관에 정보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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