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자연적으로 쓰러진 고목들이 강으로 떠내려가기도 한다. 하류로 향하여 내려갈수록 강폭이 자꾸 넓어지는데 강가의「정글」은 더욱 우거져 있다. 원시적일 만큼 무섭게 퍼붓는 호우로 모기 따위는 씻겨 내려갔을 것 같은데도 밤이면 수 없이 달라붙기 때문에 좀체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아마존」유역「정글」의 모기는 무서운 흡혈귀다. 낮선 황인종의 피가 맛있다고 자꾸 달려드는 것일까.
<「정글」의 도원경>
새벽「커누」를 타고 내려갈 때였다. 안개가 자욱이 끼었는데 어두운 밤을 지샌「정글」에 안개가 뽀얗게 물린 광경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비스럽다. 그렇게도 무서운「이미지」를 자아내는「정글」이 선경처럼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무슨 꿈나라나「유토피아」에 온 느낌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에는 맹수며 큰 구렁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별로 볼 수 없었다. 장마 때문에 강물이 많이 불어서 강가에서는 악어며 물 구렁이를 보기가 어렵다. 더구나「아마존」강엔 20m나 되는 크나큰 물 구렁이인「스쿠리」가 있어서 큰 소라도 삼킨다고는 하기만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동양의 용에 비길만한 바다 구렁이는 서양의 상상동물로서 저 괴기주의화가「뵈클린」의 그림 속에 그려져 있듯이 이「아마존」강에서는 물 구렁이를 꼭 보았으면 하고 바라건만 좀체로 보이지 않으니 아쉽다.
<물 구렁이엔 현상금>
하긴 몇 십년 전부터 미국의「포드」재단이 학술을 연구하기 위하여 10m이상의 구렁이라면 뼈다귀나 가축이라도 좋으니 족히 2천「달러」로 사들이겠다고「아마존」유역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공모했는데도 아직까지 잡아오지 못했다는 말을 들어보니 모르긴 해도 책에서 보는 그런 큰 구렁이는 좀 체로 보기 어려운가 보다.
악어나 구렁이와 격투를 벌일망정 꼭 만났으면 하고 그들이 좋아하리라고 생각되는 장소를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녕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물가에 고이 괴어있는 이 지상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연꽃이었다. 잎사귀지름이 1「미터」가 더 될 듯한 크나큰 연인데 불그레한 꽃은 반쯤 벌리고 슬그머니 피어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환상과 연상이 불현듯 일어났다. 이 연꽃에서 심청이가 되살아나는 갸륵한 모습을 보았고 석가의 모습을 보았다. 의젓이 피어 있는 이 커다란 연꽃은 미소와 법열과 열반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이「아마존」에 피는 연꽃이기에 그 모습이 더욱 거룩하게 느껴졌다. 이 연꽃은 고스란히「아마존의 종교」를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가 싶었다.물>
<「모세」라도 태웠으면>
이런 연꽃은「인도네시아」에서도 보았지만 풍토를 달리하는 이곳이기에 더욱 색달라 보인다. 아기가 이 연꽃 잎사귀에 타도 가라앉지 않을 만큼 부력이 커 보였으며 개구리들에는 넓은「올림픽」운동장이었다. 그 옛날「나일」강에서 아기「모세」를 떠내려 보낼 때 이 연잎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연꽃은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꽃은 비단 불교의 상징만이 아니며 이 우주의 진선미의 표상이 필수도 있으리라.
「아마존」(Amazon)이란 말은「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소「아시아」북방주변의 여 전사들이란 뜻을 지닌다고 한다. 이 여자들은 다른 종족인 남자와 정교를 맺고 아기를 낳으면 사내는 거세하거나 죽이고, 여자는 고이 길러서 전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여 전사들은「펜테실레이어」여왕의 통솔 밑에서 활·도끼·창 따위로 매우 씩씩하게 잘 싸웠기 때문에「아마존」이란 이름은 곧 여자의 용기를 뜻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이 세계 최대의 강에 붙어진 것이라 한다.
<여왕이름을 붙여 볼까>
한편「아마존」강이 이런 이름을 지녔기에 이 연꽃에「아마존」여족의 여왕의 이름인「펜테실레이어」를 붙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연꽃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런 호투적인 인간의 이름을 따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일·그레코」나「조르지·루오」의 종교화를 보는 듯이 성스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정글」을 배경으로 한 이 연꽃의 위대성은 성문화할 수는 없으나 오만가지 진리를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이「아마존」은 문명발상지로서의 강인「나일」·「인더스」「티그리스-유프라테스」·황하들처럼 드높은 문화적인 창조는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보면 그보다 높은 차원의 불문율의 진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졌다. 이「아마존」은 과거의 강이 아니라 현재, 아니 미래의 강이 될 것이라고 본다.여왕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