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크는 아이, 밥보다 마음 치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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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9시, 경기도 부천의 D초등학교 교실. 겨울방학임에도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여러분의 꿈을 색종이에 적고 그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보세요.”

 희망나눔학교 장하은(21) 강사가 말하자 17명의 아이들이 잽싸게 색종이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김민영(8세·가명)군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아이들은 이 비행기를 교실 뒤편의 상자를 향해 날렸다. 전현욱(8·가명)군은 “더 뾰족하게 만들어서 골인시킬 거예요. 그래야 소원이 이뤄져요”라고 했다.

 구호재단 굿네이버스는 나홀로 아동을 위한 ‘희망나눔학교’를 2002년부터 방학마다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교실을 제공하고 굿네이버스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은 전국 246개 초등학교에서 5355명의 나홀로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굿네이버스 김미호 심리정서사업부장은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더 외로워지기 마련”이라며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기에 나홀로 방치돼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왜곡된 정체성을 가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거복지연대가 2005년부터 진행 중인 ‘엄마손밥상’도 식사 제공보다 정서교육에 중점을 둔다. 전국 100여 개 임대아파트마다 공간을 빌려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의 경우 거주하는 퇴직 교사가 북아트와 동시 낭송을 가르치고 인근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강사가 독서를 통한 심리치료 교육을 진행한다. 이 단체의 남상오 사무총장은 “식사값은 무료가 아닌 1000원을 받는다”며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밥을 먹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각지의 지역아동센터도 방학을 맞아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종로 해송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는 방학여행을 떠났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 인근 숙박시설 예약부터 2박3일간의 일정 전부를 아이들이 계획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민간영역에서 끌어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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