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동구권의 고아「알바니아」에 수교 추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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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구 공산권의 고아이자 중공의 첨병이었던「알바니아」에 소련은 14년 동안의 파경상태를 청산하자고 추파를 던지고 있다.
소 공산당의 정책을 반영하는 시사지「노보예·브레냐」(신시대)는 최근『과거는 물에 흘려 보내고』소와「알바니아」가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소 기관지「프라우다」도 이와 비슷한 제의를 했다.
1961년 소 공산당 제22차 대회에서「흐루시초프」는「알바니아」지도자들을「스탈린」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자「알바니아」민주전선 제1서기「엔베르·호자」는『수정주의』「유고」를 빗대어 비난함으로써 소련에 반격을 가했다.
소련은「알바니아」를 동구공산권에서『파문』하고「알바니아」는 중공에 접근, 『소련수정주의자』들과 철저히 대결할 것을 선언했다.
중공은 이 기특한 공산 맹우에 1억2천만「달러」의『출혈원조』를 했고「알바니아」는 이후 원자의 본을 떠서 1966년에는『소 문화혁명』이라는 정치개혁운동을 벌였다.
「알바니아」-중공의 원거리밀월관계는 중공이 미국 등과 수교를 하고 나서부터 그 이론적 뒷받침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중공이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과 거래를 확대하는 것과 비례하여「알바니아」의 중요성은 축소되어 갔다. 「호자」의 철의 지배아래 폐쇄되어 있던「알바니아」도「유고」와 다시 국교를 얼고 이어「헝가리」·「스위스」·「벨기에」등과 외교관계를 맺었으며, 최근에는「그리스」의 우파 군사정권까지도 인정했다.
이 판국에 그들의『가장 위험스러운 적』이었던 소련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절실히 희망하고 있다고 제안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소련은 최근 세계공산당대회를 개최할 의사를 밝힌바 있다. 아마 이 대회의 주목적은 중공을『파문』하려는 것일지 모르며「알바니아」가 동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침묵을 지켜 주기만 하면 소련은 다시『영광스러운 40년대』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련의 속셈에「알바니아」가 그대로 따라갈 징후는 지금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다시 민족주의시대가 되돌아오는 듯한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이론의 일관성을 잃고 있는 국가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국익을 좇아 태도를 표변한다 해서 이상스러울 것은 없다. 「유럽」최후의「스탈린」주의자「엔베르·호자」도「알바니아」를 최후의 고립국가로 만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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