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오노다」 부모와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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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 12일=외신종합】일본군 패잔병 소위 「오노다·히로오」는 12일 하오 4시24분 (한국 시간) 일본 항공 (JAL) 특별 여객기 편으로 「도오꾜」 「하네다」 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서부 일본 「와까야마」시로부터 온 노부모와 30년만에 극적으로 감격의 해후를 했다.
「필리핀」「루방」섬 밀림 생활에서 검게 탄 얼굴로 머리를 말쑥이 깎은 52세의 「오노다」는 「사이또·구니기찌」 보건 후생상을 비롯한 정부 관리와 7천여명의 군중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특별 여객기 「트랩」에서 걸어 내려와 86세의 아버지 「오노다·다니지로」씨 및 88세의 어머니 「다마에」씨와 30년만에 첫 대면을 하는 순간 목이 메는 듯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 「오노다·다니지로」씨는 『우리는 죽은 줄만 알았다.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말을 해서 알았지만 믿어지지 않았는데 정말 살아왔구나』하고 감격이 복받치는 음성으로 말했다.
일본 국기인 일장기들을 흔드는 7천여 군중들 틈에 포위된 「오노다」는 공항 기자 회견에서 지난 30년 동안 「필리핀」 밀림에서 살면서 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것을 전혀 몰랐느냐는 질문에 그의 상관인 「다니구찌·요시미」 전 일본군 소좌가 알려주고 항복 명령문을 읽어 줄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의사인 그의 형 「오노다·도시오」씨는 「오노다」가 30년간 「정글」 속에서 혼자 살아왔지만 정신 상태는 매우 정상적이며 병도 열병을 두번 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노다」의 귀국을 맞은 일본 국민들은 파국적인 태평양전쟁을 몰고 온 군국주의에 대한 불행한 기억과 「오노다」가 보여준 일본 국민성의 강인성에 대한 자긍심으로 엇갈린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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