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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돌아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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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설은 ‘설’로 끝날 전망이다. 부친 박성종씨는 “지성이는 이미 3년 전에 은퇴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대표팀 복귀와 브라질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힘들다는 선언이다. [중앙포토]

“지성이는 이미 3년 전에 은퇴했다.”

 박지성(33·에인트호번)의 아버지인 박성종(56) JS파운데이션 상임이사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와 브라질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힘들다는 선언이다. 홍명보(45) 국가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복귀론에 불을 지폈지만, 박지성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

 박지성은 2011년 2월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3년 전 은퇴했다”는 박씨의 말은 부드러운 발언인 동시에 차가운 거절이다. 조광래·최강희 등 전 국가대표 감독들도 그의 복귀를 타진했지만 박지성은 한결같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박지성은 2002 한·일, 2006 독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다. 팬들은 이번에도 박지성이 극적으로 복귀해 월드컵 4대회 연속 골을 넣고 한국을 16강 이상으로 이끄는 드라마를 원한다. 그러나 박지성은 은퇴한 이후 단 한 번도 대표팀 복귀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박지성 자선경기를 5월 31일이나 6월 1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열기로 하고 일을 진행 중이다. 최근 박지성의 고민은 대표팀 복귀가 아니라 ‘월드컵 때문에 자선경기에 출전할 선수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지성 측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16)의 대회 출전을 타진하기도 했다.

 대표팀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않겠다는 뜻에도 변함이 없다. 박씨가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들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을 향해 ‘지금은 최고의 선수가 아니다’고 말하는 셈이지만 박씨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성이가 뛰는 곳은 유럽에서도 빅 리그가 아닌 네덜란드 리그다. 여기에서 조금 잘한다고 해서, 또 예전에 잘했다고 해서 대표팀에 다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이 뛸 수 있는 포지션은 좌우 측면 공격수와 처진 스트라이커, 수비형 미드필더 등이다. 박지성이 뛰면 손흥민(22·레버쿠젠)·이청용(26·볼턴)·기성용(25·선덜랜드)·김보경(25·카디프시티)·구자철(25·마인츠) 중 하나가 벤치를 지켜야 한다.

 박지성은 2011년 은퇴할 때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내가 빠지면 그 자리에서 더 좋은 선수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현실이 돼서, 한국 미드필드에는 빅 리그를 누비는 인재들이 쑥쑥 자라났다. 박지성이 자신의 말을 뒤집고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잘해도 본전이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지금껏 쌓아온 업적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다. 박씨가 “후배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다 해놓은 것인데 지성이가 나가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홍 감독은 지난여름만 해도 “박지성의 은퇴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달 초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겠다고 한 데 이어 전지훈련 중인 브라질에서는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 때 복귀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매사에 신중한 홍 감독이기에 ‘박지성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루머도 돌았다. 박씨는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만나기도 전에 자꾸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왜 이래야 하나 싶다”고 사전 교감설을 일축하며 박지성 복귀를 압박하는 듯한 분위기에 거부감을 보였다.

 박지성 복귀 추진에는 월드컵의 붐업을 꾀하려는 대한축구협회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홍 감독의 판단과, 박지성을 통해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려는 협회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박지성 복귀 여론이 급격히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5월 또는 7월에 ‘박지성의 신부’가 되는 김민지 SBS 아나운서.

  대표팀 복귀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박지성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은 따뜻하다. “국가의 부름을 거부한다”는 비판보다는 “박지성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편 박씨는 박지성-김민지(29·SBS 아나운서) 커플의 결혼식에 대해 “(월드컵 기간을 피해) 5월이나 7월에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22일 2차 전지훈련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박지성의 자선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일단 기본적으로 박지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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