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래벌 뿐이었다.
살이 찢긴 공기하나가
비오을 지르며
까마귀에 쫓기고 있다.
그 뒤에 두고 간
막막한 공간,
제마음에 물든 진한 고요함을 지우며
창문이 홀로 누워있다.
황당한 생각들이
떼를 지어 살고있는
긴 겨울 벌밭
연한 귀를 비비며
어린 빛이 들어있다.
그 건너
등에 피칠을 한채 쓰러지는 하늘.
돌아오는 길엔
그 흔한 슬픔의 부드러운 살도
만져지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