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절약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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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경제의 현황 속에 원자재의 소비를 절약해야할 필요성은 이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수입 원자재일 경우에는 더욱 말할 나위 없고 국산 원자재일 경우에도 소비절약은 절대적인 요청이다. 국제적인 자원 확보 난과 가격포복 때문에도 그러하고, 외화절약을 위해서도 그러하며, 또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그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뜻에서 정부가 이번 원유·전력·석탄·원면·원모등 12개 주요품목의 수급규모를 당초 계획한 것보다 억제 조정한 경제각의의 조치는 그 자체 하등 나무랄 데 없는 것이다. 사정이 허용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억제 조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마다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예상하지 않은 차질과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리 미리 그에 대한 방비책의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원자재 수급규모의 억제조짐이 원자재 소비의 절약이 가능하다는 전제 밑에 세워진 것이지만, 만약 그러한 가능성의 전제가 허물어지는 경우, 뜻밖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실문제로 그러한 가능성은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고 원자재의 소비와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규모만 계획대로 줄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단순히 파우일 수만은 없다.
그렇게 되면 억제 조정한 원자재의 수급계획은 원자재의 과소 공급을 일부러 조성격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라는 사태를 몰고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원자재 소비절약이 계획대로 안될 가능성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산업구조와 소비형태를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높은 경제성장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만약 높은 경제성장률을 추구하는 정책 밑에서도 지금과 같은 원자재의 다사용적 산업구조와 소비형태를 한꺼번에 원자재 사용 절약적인 것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또 그리고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와 소비형태 밑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대폭 억제한다면 소기의 원자재 소비절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정책은 그 어느것도 아니므로 원자재 소비의 절약은 사실상 크게 바랄 수는 없고, 그 효과 역시 처음부터 제한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대폭적인 원자재 소비억제를 꾀하고 있고 또, 실지로 이것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현재와 같은 여건 밑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원자재 소비의 크기를 좌우하는 총 수요를 억제하는 길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특히 불요불급의 투자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가능하다면 소비형태도 물자소비 절약 적인 것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구조와 소비형태를 단시일 안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총수요의 억제방식은 곧 경제성장률의 인하조정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경제의 고속성장을 추구하는 현재의 정책의 기조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가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사용의 절약을 공급 면에서 일방적으로 추구하는 경우, 사태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원자재에 대한 초과수요로 인한 물가앙등을 부채질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원자재의 공급규제를 뜻하는 소비절약 정책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한다면 수요면 에서 실질적인 절약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정책의 강구가 절대적인 요청이라 하겠으며, 이 같은 총수요 면에서의 원자재 소비절약을 가져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대로 강구할 수 만 있다면 공급규제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고, 또 굳이 내세울 필요조차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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