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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건강 기획 - 자궁, 자궁근종제거술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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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김현철 교수가 자궁근종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40~50%에게 발병할 정도다. 자궁근종 환자가 늘면서 치료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인 만큼 환자들은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근종만 안전하게 제거되기를 원한다. 최근 근종제거술의 단점을 보완한 로봇수술이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 벽이나 안쪽에 종양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양성종양이지만 발병 위치나 크기에 따라 주변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는 30~45세 여성이 주를 이룬다. 최근엔 청소년이나 20대 미혼여성의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자궁근종은 통증이 뚜렷하지 않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 평소 몸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나 증상을 살피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혈이 갑자기 많아지고 생리통이 심해지는 것이다. 꼬리뼈나 양쪽 골반 주변이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종이 방광이나 대장을 누르게 되면 소변이 잦은 빈뇨,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 증상이 나타난다.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김현철 교수는 “자궁근종을 가진 여성 중 25%에게 골반통·생리통·반복유산·불임 등이 나타난다.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이 없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자궁을 제거하면 후유증이 심하다. 난소 기능이 떨어져 질 건조증·성욕감퇴·스트레스·우울증 등이 나타난다. 때문에 악성이 아닌 경우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시술하는 추세다.

 자궁근종 제거수술은 주로 개복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장점이 많다. 김 교수는 “치료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개복수술에 비해 출혈량이 적고 수술 후 불편함이 덜하다. 입원기간도 짧아 환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 많지만 아직까지 자궁근종 환자 중 50%는 개복 수술을 받는다. 김교수는 “의사의 경험과 기술적 숙련도가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근종 제거술은 근종을 정상조직으로부터 분리하고 근종이 떨어져나간 부위를 지혈해 봉합한 후 근종을 꺼내는 과정으로 이뤄진 개복 수술의 경우 의사가 손으로 모든 과정을 집도한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몇 개의 구멍을 뚫어 장비를 넣고 그것을 조작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숙련도에 따라 기술적으로 한계가 생긴다. 김 교수는 “근종이 너무 크거나 자궁 안에 깊숙이 박혀있는 환자는 복강경 수술이 어려워 개복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강경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법이 바로 로봇수술이다. 로봇수술로 복강경 수술을 하면 개복 수술로 전환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개의 구멍으로 흉터 없이 수술

첨단 4세대 로봇 ‘다빈치Si’를 이용해 진료과가 다른 두 명의 의사가 동시에 수술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3차원적인 영상을 제공하고 의사의 시야 조절이 자유롭다. “기존에는 내시경을 들고 있는 보조의나 간호사에게 위치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수술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졌는데 로봇수술은 그런 불편함이 없어졌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수술기구가 사람의 손가락처럼 관절기능을 수행해 지혈과 봉합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임신을 해야 하는 환자는 봉합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부위에 봉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임신 시 자궁이 파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을 확대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은 4세대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 Si 시스템’을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다빈치 Si 시스템은 높은 해상도의 3D 스크린을 탑재한 최신 모델이다. ‘듀얼 콘솔’시스템을 적용해 진료과가 다른 두 명의 집도의가 동시에 수술할 수 있다. 또 산부인과 분야의 단일공 수술(한 개의 구멍으로만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을 지원하는 '싱글 사이트' 시스템을 식약처의 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도입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단일공 로봇수술은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가임력을 보존해줄 뿐만 아니라 1인치 미만의 한 개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면서 “최소 절개, 빠른 회복 등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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