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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 먹통, 창구 북새통 … 카드 해지·재발급 50만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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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이날 창구엔 개인정보 유출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았다. 또 카드 재발급·해지를 원하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콜센터로전화하면서 이날 한때 1588과 1577을 쓰는 KT 지능망 전체가 마비되기도 했다. [김성룡 기자]

20일 낮 경기도 부천시 국민은행 역곡역지점. 번호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는 손님들로 영업점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KB국민카드를 해지하러 은행으로 직접 찾아온 고객들이었다. 이날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어차기 시작해 11시쯤엔 150명이 실내를 꽉 채웠다. 창구 직원은 “고객 한 명당 업무처리에 20분씩 걸려 대기번호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30대 주부 신모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와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신용카드 2장을 해지하고 1장은 재발급 신청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만 이용해 왔다”며 “고객센터가 전화를 받지 않아 급히 은행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카드뿐 아니라 은행 입출금 통장까지 새로 만드는 고객도 있었다. 카드 결제계좌번호가 유출됐으니 그 계좌에서 혹시 돈이 빠져나갈까 불안해서다. 주부 윤성희(35·여)씨는 “만기가 남은 적금은 이자 때문에 그냥 두겠지만, 카드나 보험금 이체를 걸어둔 계좌를 국민은행 아닌 다른 은행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몰리는 고객들로 업무처리가 지연돼 고객 항의가 이어졌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안 카드센터를 찾아온 고모(57·여)씨는 40분 넘게 줄 선 뒤에야 카드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평소처럼 창구직원 2명이 근무했다. 고씨는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안내하는 사람이 있으면 앉아서 기다리기라도 할 텐데, 아무 조치 없이 고객을 줄 서서 기다리게 만들었다”며 “카드사가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듯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카드센터엔 낮 한때 대기인원이 500명을 넘을 정도로 고객이 몰리기도 했다. 업무시간 중 처리가 어려울 정도로 고객이 몰리자 현장에서 롯데카드 본사 직원이 고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적어가기도 했다.

 카드사 홈페이지는 이날 정보유출 여부를 조회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한때 접속이 되지 않았다. 카드사 고객센터 역시 아침부터 문의가 폭주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오전 9시부터 고객센터로 문의가 쏟아지면서 앞자리 1588과 1577을 쓰는 KT 지능망 전체가 한때 먹통이 됐다. 평소(시간당 7만 건)의 8배가 넘는 통화량이 폭주해서다. KT 관계자는 “통화가 몰릴 것에 대비했는데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전화가 걸려와 처리용량을 한참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3곳(국민·농협·롯데카드)의 고객센터는 오후 중에도 아예 “없는 번호”라며 연결되지 않거나, 기껏 연결돼도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란 안내만 나왔다. 카드사들이 평소보다 콜센터 직원을 늘렸지만 밀려드는 전화문의를 감당하지 못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평소보다 상담원 수를 60% 늘렸는데도 너무 많은 상담요청이 들어와 연결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3개 회사에 50만 건이 넘는 해지 및 재발급 신청이 쏟아졌다.

 카드사 콜센터에선 24시간 정보유출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콜센터 번호는 1899-2900(국민카드), 1588-8100(롯데카드), 1644-4000 또는 1644-4199(농협카드).

글=한애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은행·카드사 몰린 성난 고객들
"불안해 다른 은행 계좌로 바꾸겠다"
롯데백화점 본점엔 대기자 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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