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의 중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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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공부의 새해 계획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으로 이른바 「문예 중흥」 5개년 계획이 있다. 50억원이라는 우리 형편으로는 상당한 거액을 들여 여러 분야에 걸친 사업을 벌여 보려는 것이다.
이 모처럼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는 우선 문예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올바로 이해하는데서 출발하여야겠다. 이에 대하여 당국은 이미 세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업 계획도 세운바 있으므로 그 목표의 올바른 달성을 위하여 잠시 이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올바른 민족 사관을 정립하고, 새 민족 예술을 창조한다는 문제이다. 소박하게 말하여 민족마다 역사가 있으니 그것이 저마다의 민족사이며 그것을 보는 눈을 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올바른 민족 사관이란 과연 무슨 뜻이 될까. 우선 피와 눈물의 이른바 애국 상정이 앞을 막아 주관에 치우치지 말아야겠다. 다시 말해서 역사학은 과학이므로 우리 민족사도 과학 하는 태도로 이해되고 파악되어야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예술을 생활화한다는 문제이다. 정말 예술이 있고 그 뿌리가 깊다면 생활화 안될 도리가 없다. 반면에 예술이 없는 마당에서는 아무리 생활화하려고 애써 보아도 별 도리가 없다. 개인의 경우를 예로 생각하더라도 어느날 아침 별안간 생활비 가운데 얼마를 예술을 위하여 쓰기로 작정하고 바로 그림이나 걸어 놓고, 음악회에나 가 보았다고 하자 우리는 그를 가리켜 과연 예술을 생활화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예술의 생활화란 뿌리가 깊은 것이며 이것이 개인이 아니라 민족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 문제는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건다는 것부터가 금물이다. 씨를 뿌렸으면 싹이 트는 것을 기다려야겠다.
마지막은 적극적인 국제 교류로 문화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겠다는 문제이다. 이미 문화한국이란 말을 썼으니 우리에게는 굉장히 자랑할만한 문화가 있으므로 이것을 널리 남에게 알리기만 하면 국위는 자연히 선양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쉬운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자랑할만한 문화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민요나 민속 무용 등을 해외에 소개하는 정도로 국위를 선양하는 일로 안다면 이것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여기서도 자랑에 앞선 자성이 있어야겠다. 그리고 문화의 본질과 우리의 문화를 직시하는 일이 요긴하다.
그러기에 끝으로 문화란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으나 소멸할 수는 있다는 엄연한 사실과 아울러 어느 시대에나 문화란 그 시대 의 인간 정신의 발로이었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그리고 모처럼 정부가 문예 중흥이란 기치를 높이 들고 나왔을 바에야 발랄한 우리 민족 문화가 깊이 뿌리를 박고 아름드리 거목이 될 수 있는 좋은 밭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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