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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등 별이 된 세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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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이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원장 이병훈)이 새로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하녀’는 중산층 가정에 젊은 식모가 들어와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영화로,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오발탄’은 이범선 소설 원작으로, 박봉과 치통에 시달리는 가장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사회상을 그린 대표적 리얼리즘 영화다. ‘바보들의 행진’은 1970년대 대학생들의 일상을 통해 당시 청년문화의 해학적이고 자조적인 정서를 포착했다. 4위는 1956년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이다.

 자료원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평론가·영화 전문가 62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자료원이 2006년 100선을 발표한 이후 8년 만에 개정한 목록이다. 2006년에는 1996년작까지 대상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에는 2012년까지 범위를 넓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순위는 10위권까지만 매겼다.(베스트 10은 표 참조)

 동점 처리 결과 100선에 오른 작품은 모두 101편. 시대별로 일제강점기 4편, 해방이후~50년대 8편, 60년대 25편, 70년대 9편, 80년대 18편, 90년대 20편, 2000년대 17편이다. 가장 오래된 작품은 흑백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안종화), 가장 최신작은 ‘피에타’(2012·김기덕)다.

 감독별로는 현재 신작 ‘화장’을 찍고 있는 임권택 감독이 가장 많다. ‘짝코’(1980) ‘만다라’(1981) ‘길소뜸’(1985) ‘티켓’(1986) ‘씨받이’(1986) ‘서편제’(1993) ‘춘향뎐’(2000) 까지 7편이 선정됐다.

이어 이만희 감독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마의 계단’(1964) ‘검은 머리’(1964) ‘귀로’(1967) ‘휴일’(1968) ‘삼포가는 길’(1975) 등 6편을 올렸다. 김기영·김수용·신상옥·이장호 감독은 각 4편, 박광수·배창호·유현목·이두용·이명세·장선우 감독은 각 3편씩 선정됐다.

 90년대 이후 데뷔한 감독으로는 박찬욱·봉준호·이창동 감독이 각 3편씩 뽑혔다.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이창동의 ‘박하사탕’(1999) ‘밀양’(2007) ‘시’(2010)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상위 10편 중 7위에 올랐다. 90년대 이후 데뷔 감독 작품으로는 10위권에 유일하게 들었다.

김기덕·홍상수 감독도 각각 ‘빈집’(2004) ‘피에타’(2012),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강원도의 힘’(1998) 등 2편씩 뽑혔다.

 자료원 측은 “비교적 최신작까지 한국영화의 업적을 다시 정리했다는 것이 이번 100선의 가장 큰 의의”라고 밝혔다. 자료원은 관련 서적 『한국영화 100선: ‘청춘의 십자로’에서 ‘피에타’까지』를 발간하는 한편 100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영화 100선 목록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희준·현미·윤복희·이미자·패티김·남진 등 당대 최고 가수들이 총출동해 1920년대부터 1968년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가요 반세기’(1968·김광수)의 원본 필름을 발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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