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술|최욱경 <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3년에도 많은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22회 국전·몇차례의「그룹」전·개인전과 고미술을 정리하는 한국 미술 2천년전 등이 열린 것이다. 여성들의 활동도 활발해 천경자·최욱경·나희균·박숙희·석란희·이숙희·박근자·오낭자·서재행씨 등 10여명의 여류 작가가 각기 동양화·서양화·판화·도자기 염화 등의 작품들을 발표했고 1백50여명의 회원이 가입된 여류 화가 회가 창립되기도 했다.
그중 지난 11월 6번째의 개인전을 가졌던 서양화가 최욱경씨는 「캔버스」지 이외의 색다른 재료에 대담한 화풍을 담아 주목을 받았던 젊은 화가이다.
작품만을 본 사람들은 그가 남자일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면서 최욱경씨는 『여류 작가들이 회화를 포함, 도자기·판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실험적인 자세를 보여줘 반갑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자니 남자니 하고 성별을 구별하는 것은 싫은 일 중의 하나』라는 그는 『올해 발표된 개인전을 보더라도 남성에 뒤지지 않는 실험적인 자세를 보여준 분이 많았다』고 강조한다.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내보이려면 국전 등의 등용문을 거치든가 개인전을 여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최욱경씨는 국전을 통해 볼 때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던 10여년 전과 올해와 별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국전이 아닌 「그룹」전이나 개인전에서 『또 새로운 작업을 실험하는 분이 있구나』하는 자극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미술인 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새로운 재료의 발굴과 한정된 작품 발표 무대가 그것이다. 『새로운 재료의 질감을 위해서 뿐 아니라 「페인트」와 「캔버스」지를 구입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새 재료를 찾아야할 것 같아요.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 야죠. 제 경우에는 지난 11월 전시회 때 장판지와 화학 안료·접착제 등을 써 보았어요.』
『서울의 경우 화랑이 7개쯤 되는데 화랑을 빌어 개인전을 열 만큼 경제적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제한된 숫자지요. 미국 화단을 흔히 새로운 기풍의 화단으로 평가하는데 젊은 20대들이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 나라에서 미숙한 대로 작품을 발표하고자하는 20대들의 발표 무대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제한 받는 것이 특히 안타까와요.』
63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 미 「미시건」주 「클랜브룩·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자그마한 키에 마른 몸매의 그는 여성들의 미술 활동에 다소 비판적이다.
『살림과 미술 두가지 일을 한다는 것은 벅찬 일이지요. 그러나 이 벅찬 일을 그저 해나간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어요. 작품의 수준과 질이 성별과 살림의 어려움에 관계없이 뛰어나야합니다.』『느낀 대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74년에는 「캐나다」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금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