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엔 선전, 지금은 충칭 … 돈의 서부 대이동 미리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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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는 창업과 재기의 꿈을 키워 가는 한국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중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현지에서 창업을 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실패한 사업가들이 중국에서 새 삶에 도전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경험과 기술을 갖춘 이들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窮則變 變則通)”는 ‘바꿔’ 정신을 보태 중국 시장 개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첫째, 지역을 바꿨다. 충칭(重慶) 장베이(江北) 공항에서 청위(成兪)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걸려 도착한 퉁량(銅梁)현 진룽(金龍) 공업단지. 초입에 자리 잡은 웨이쓰터(威斯特) 엘리베이터 공장은 제2조립장과 타워 건설이 한창이었다.

창업자 권오철(55) 총경리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부터 줄곧 상하이에서 국내 유수의 엘리베이터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승강기의 설계·조립·영업 분야를 모두 꿰뚫은 권 총경리는 2005년 퇴사 후 충칭에서 창업했다. 그는 “중국 사업을 꿈꾼다면 인구 이동 통계를 살피라”고 조언한다. 투자여건과 시장을 고려할 때 서부에 미래가 있다는 의미다. 충칭 량장(兩江)신구는 지금도 “30년 전 선전을, 20년 전 푸둥(浦東)을, 10년 전 빈하이(濱海)를 놓쳤다면 지금 충칭으로 오라”며 각종 세제 경감 혜택을 내걸고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둘째, 로컬(중국)업체와 거래하라. 판로를 바꾸라는 의미다. 상하이 쑹장(松江)의 위산(余山)공업구에 위치한 굴착기 핵심 부품업체 제성유압 생산공장. 2003년 창업한 이창호 사장은 국내 굴지의 굴착기 제조업체 주재원 출신이다. 그는 창업 초기 동종 부품사들이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혈안일 때 중국 기업에 주목했다. 중국 기업에 을(乙)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가능성이 실적으로 돌아왔다.” 2003년 2%대에 그쳤던 중국 로컬 중장비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이 50%대로 급증하면서 이 회사의 부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 “중국에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 이 사장의 조언이다.

 셋째, 블루오션을 노려라. 상하이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장장원 선프레 사장은 충북 청주에서 실패를 딛고 아이템을 바꿔 재기한 케이스다. 남들이 모두 안 될 것이라는 농업에 도전했다. 그는 “먹거리 안전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농업을 선택했다”며 “특히 최고급 유기농 상품에 전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 창업이 모두 장밋빛은 아니다. 어설프게 달려들면 대부분 실패한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의 김명신 차장은 “튼튼한 정보력과 자금력 없이 달려들면 백전백패당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며 “확실한 공급처와 시장이 없다면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특별취재팀=김광기·한우덕·신경진·조현숙 기자, 이봉걸 무역협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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