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 발사체 설계 때부터 민간 참여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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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분(分) 단위로 바쁘다. 모든 부처와 조율해 창조경제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빈 기자]

현 정부 각료 중 가장 바쁘면서도, 빛이 덜 나는 이를 꼽자면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끄는 최문기(62) 장관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책임의 한 축을 신생 부처인 미래부가 떠안고 있어서다. 다른 부처들이 고유 업무에 매진할 동안 미래부는 과학·정보통신(ICT)이란 본업 외에도 전 부처와의 조율과 협의를 통해 창조경제를 실제 성과로 도출하는 ‘간사’ 역할을 맡아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지난 한 해 ‘창조경제의 실체가 뭐냐’는 소리를 끝없이 들어야 했고,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최 장관을 13일 과천청사에서 만났다. 최 장관은 지난 1년간 미래부의 역할에 대한 삐딱한 시선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우주 산업’ 발전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처 수장으로서의 의욕도 가감 없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년간 미래부가 이리저리 일만 벌이고 성과는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지난 한 해 우리 부처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마음의 상처를 적잖게 받았다. 가장 억울하고 어려웠던 건 ‘뒤집어씌우기’를 당했다는 점이다. ‘창조경제가 뭐냐’하는 논쟁이 첫 번째이고 ‘부처 내에서도 조직원들끼리 융합이 안 된다’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 이 세 가지를 ‘뒤집어씌우기’라고 본다. (최 장관은 이 대목에서 다초점 금테안경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창조경제가 뭐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지난해 6~7월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도 모르겠다’고 하면 스스로 (문제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미래부와 최 장관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주무부처이며 사령탑(컨트롤타워)이다’라고 큰소리 쳤다면 ‘존재감이 없다’는 비난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타 부처와의 협업을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양보해서 협의를 이뤄 나가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고, 그런 방식으로 나를 포함한 부처 전체가 지금까지 일해왔다.”

 -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컨트롤타워 아닌가.

 “컨트롤타워라 부르기엔 예산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권한이 부족하다. 미래부는 부처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조율자(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엄밀하게 따지면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 미래부는 코디네이터라고 할 수 있다.”

 - 미래부엔 다음 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는 역할도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게 뭔가.

 “국내 우수산업 분야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과 이를 수출 산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차세대 먹거리로 우주산업 발전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를 중심으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상용화를 위해 첫 단추 격인 예비설계 단계부터 민간 산업체를 적극 참여시킬 계획이다. 민관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 기반기술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본 시장, 즉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우주산업은 결국 민간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 일정은 확정됐나.

 “아직 세종시로 가라는 얘기도, 서울(과천)에 남으라는 얘기도 없다. 세종시로 가게 된다 하더라도 올해는 못 간다. 일러도 내년(2015년) 말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 그러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닌가. 다음 정권에서 미래부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네이밍(이름)이 어떻게 되든 간에 차기 정부에서도 지금 모습의 미래부는 이어질 것이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추격형 경제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추격할 대상이 없다. 부가가치를 새로 만드는 선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산업기술이 되는 거다. 그 모델 중 성공한 것이 바로 정보기술(IT)이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에서 산업이 계속 나오려면 지금처럼 IT와 과학이 붙어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 올해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할 때인데.

 “연초 (대통령이) 창조경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늦어도 3년 뒤인 2016년까지 실제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미래부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민간도 참여시켜 이를 뒷받침할 조직을 만들었다. 국가의 미래전략을 주로 고민하는 ‘미래전략센터’와 다음 세대 주력산업을 찾는 ‘기획성장위원회’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획성장위원회는 116명이 소속돼 있으며 다음달 안으로 10대 성장동력을 선정한 뒤 민간 기업과 함께 실행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글=최준호·손해용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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