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사건 충분한 인과관계 입증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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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법원 민사부(재판장 이영섭·주심 한항진 대법원판사)는 27일 하오『공해사건에 있어서 문제의 가해행위와 피해자간의 인과관계(손해사실)유부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일반 불법 행위와 같이 충분한 인과관계의 입증이 있어야 하며 가해자가 불법행위의 책임을 면하려면 일반적인 불법행위와는 달리 불법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반증을 제시하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공해사건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입증이 없어도 개연성만 있으면 충분하며, 가해자가 불법행위의 책임을 면하려면 일반사건과는 달리 가해자가 반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하급심의 판결을 뒤엎은 대법원의 공해에 대한 새로운 판례이다.
대법원은 이날 전공윤씨(서울 마포구 망원동28의17)가 동광화학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판결공판에서 지금까지 공해발생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한 원심이 내린 원고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원고 전씨는 충남 대덕군 기성면 괴곡리790 밭1천4백54평에 인삼을 경작, 매년 3백60여만원의 소득을 보아왔으나 인삼밭에서1㎞쯤 떨어진 피고 동광화학 대전공장이 지난71년 7월부터 가동되면서 이곳에서 발생하는 살충제 낙진이 인삼밭을 덮어 수입이 66만여원으로 떨어졌다고 주장,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1심인 서울민사지법은 지난해 6월14일『원고가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제시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었고, 2심인 서울 고법은 지난 5월17일『공해사건에 있어서는 일반 불법행위와는 달리 충분한 인과관계의 입증이 없어도 개연성만 있으면 입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송상 손해를 주장할 수 있고, 가해자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반증을 제시 못하면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시, 1심을 깨고 원고 전씨에게 피고회사는 모두 3백63만8천5백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공해배상소승의 핵심과제는 ①공해로 인한 인과관계(손해사실)의 입증방법과 ②공해를 일으킨 기업의 법적 책임, 즉 그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성문제 ③공해기업의 경제발전기여도 등이 문제였다.
한편 지난 5월23일 윤한조씨(울산)가 영남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당시 대법원 재판부(주심 양병호 대법원 판사)는『기업이 경제발전에 기여할지라도 유해「가스」분출은 적법한 것이 못된다』고 판시, 원고 윤씨에게 3백22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국내 첫 공해배상소송판결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병학 변호사=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외국 판결 추세를 봐도 손해배상 소송에 있어서는 개연성 인정만으로 충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번 판례로 인과관계 입증책임이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셈이다.
소송을 내는 피해자는 앞으로 입증이 심히 어렵게 되었다.
▲한승환 변호사=공해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가 우왕좌왕하는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가 공업발전과정에 있으므로 앞으로 이런 소송이 계속 일어날것인데 대법원은 확고하고 일관성 있는 판결을 내려 소송자로 하여금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연성 입증만으로 충분하냐하는 문제는 외국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시대성으로 보아 약한 입장에 있는 피해자를 공해기업으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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