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중의 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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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생산활동과 무역 및 통화·금융 동향이 상대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경기 국면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9월중의 산업 생산은 0.5%밖에 증가하지 않은 반면, 출하 증가율은 3.9%나 되었으며, 이에 따라서 재고는 2%가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모두 계절적인 현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좀더 세밀한 분석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실물경제가 그렇게 활기를 띠고 있지 않다는 반증인 것만은 확실하다. 실물 경제가 상대적으로 침체하고 있는데, 수출과 통화량 및 외환 보유고는 계속 늘기만 하고 있어 실물 수급과 화폐 유통간의 간격이 차차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저하게 눈에 띈다.
그러한 괴리에도 불구하고, 10월중의 도매물가 지수가 0.2%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경제 동향이 점차 안정화되어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 저류에는 물가 요인이 크게 축적되고 있는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산의 상대적 침체와 재고 감소의 원인이 무엇인지, 세밀한 분석이 있어야 하겠다. 계절적으로 월동 준비기에 접어드는 것이므로 출하가 촉진되어 재고가 줄어드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으나, 생산활동이 과연 원자재 공급상의 애로 때문에 둔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근자 원자재 공급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업계에서 크게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의 실물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포인트」가 될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또 실물 경기가 상대적으로 정체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면, 수출의 가속적인 증가와 그에 따른 통화량의 증가는 본질적인 「인플레」의 진행을 예시하는 것이 아닌지도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통화량이 전년동기비 3.4% 정도 증가했고, 수출이 80%이상 늘어난 반면, 산업 생산 지수가 34%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면, 상대적인 내수용 실물 공급은 통화량에 비해서 지나치게 적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때문에 물가 문제를 보다 철저히 다뤄야할 상황이다.
물론 수출 증가율이 80% 수준이라 하더라도 수출 대종 상품의 수출 가격 상승률이 50% 이상이나 되므로 실물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며, 때문에 내수용 실물 공급이 그렇게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 증가가 가격 변동 때문이라면, 수출의 수량 경기가 보잘것없는 것이 되며 이는 우리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경우이든 경제 경향으로서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므로 정책적으로 보아 10월중의 경제 동향이 내포한 문제점들을 깊이 파악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활발한 투자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비록 내수용 실물 공급이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소비수효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한, 소비재의 공급 부족을 염려해야 할 것임을 특히 지적하고자 한다. 수급 불균형으로 각종 가격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중화하고 있는 사실도 경제 구조상의 변화에 따른 여파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실물 경제와 통화량 및 수출, 그리고 투자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효과저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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