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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산적한 고용·노동 현안,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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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그제 각종 고용·노동 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사회안전망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노동 문제에 대해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타협’을 위한 협의를 현안별 개별 접근 대신 모든 사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 일괄타결)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의를 환영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이 하루빨리 대화와 공론의 장(場)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과 고령화, 양극화 등 모든 현안의 배경에는 노사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복원되지 않고는 이런 현안들이 제대로 풀릴 수 없는 구조다. 또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노사관계의 회복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게 돼 있다. 공공기관 개혁이나 각종 규제의 혁파가 진전을 이루려면 노동계의 협력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재의 노사·노정 간 대립이 해소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개혁 정책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의 대립과 갈등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가망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중진국 함정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대립과 갈등의 구조를 깨야 할 이유다. 네덜란드는 1982년 노사정 대타협으로 이룬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경기 침체와 실업자 양산이라는 ‘더치(네덜란드)병’에서 벗어났다. 당시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세금을 낮춰줬으며, 기업은 고용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대립과 갈등만으론 자칫 공도동망(共倒同亡)할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이런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리도 이런 타협을 못 이룰 이유가 없다. 지금 한국사회는 1980년대 네덜란드에 못지않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코레일 파업사태는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공기업 개혁, 여성 고용률 제고 등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치는 현안들은 개별적인 논의와 협상으로는 풀리기 어렵다. 자칫하면 사안마다 법정 공방과 극한투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이를 피하자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한다. 노사정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참여를 위한 대화와 타협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대 노총도 노사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작정 거부할 것이 아니라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