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받은 후 빛보는 불 작가 「새뮤얼·베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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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벨」상을 받은 작가에 관한 연구「붐」은 수상 4∼5년 후가 「피크」라는 말이 있다.
「새뮤얼·베케트」 「솔제니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10월 한달에 들어 영·미에서 출판된 「베케트」론만도 13종이나 된다.
69년 「노벨」상을 탈 때까지 「조이스」계통의 이미 낡은 실험극작가 정도로 알려졌던 「베케트」는 이러한 「저널리즘」의 연금술 덕택에 일약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는 심오한 작가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61년부터 「프랑스」에서 「라디오·드라머」들을 써 온 그는 상을 받고 나서 소설 『잃어버린 것들』『좀더 모자란 것』을 통하여 새 경지를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66년부터 70년까지 불어로 써 모은 『레지듀아』중 대표작인 『잃어버린 것들』은 직경 50m·높이 18m의 밀폐된 「실린더」속에 갇힌 2백 5개의 몸뚱이가 잃어버린 것을 서로 찾는 얘기인데 대도시의 질서가 천천히 타락하고 파괴되는 양상을 탁월하게 그린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베케트」는 이 작품을 도중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 조작하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베케트」나 「패트릭·화이트」 등의 작품성격을 서구지성전통 속에서 다시 보고 그 속에서 『혼돈의 형태』를 파악하는 작가의문법체계를 확인하려는 「데이비드·헤슬러」의 접근도 「베케트」를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 「베케트」의 작품을 사상사의 배경을 통하여 풀이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철학관념의 형상화라고 단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 같은 비평계의 움직임은 한 작가가 「노벨」상을 탔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수상함으로써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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