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빈」의 전통·시정 넘치는 「피아니스트」-「외르크·데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가장 「빈」적인 「피아니스트」 「외르크·데무스」가 다시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18세기 중엽부터 l9세기초에 걸쳐서 소위 「빈」고전악파로 불리는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등에 의해서 세계음악의 중심으로 번영했고 그 이후도 「브람스」「슈베르트」「브루크너」「R·슈트라우스」 등으로 그 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금세기 전반도 「쇤베르크」「베베른」「베르크」 등 소위 신 「빈」악파라고 불리는 3인의 대 작곡가에 의해 그 전통은 이어져 소위 「무조음악」에서 「12음악」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이루었다.
「데무스」의 연주는 「빈」의 전통에 그 근원을 둔 정서적 「피아니스트」다. 그는 길게 뿌리 박힌 「빈」의 전통에서 굳이 이탈코자 하지 않는다. 그러한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표현을 발견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보편적인 세계로 밀고 나간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서는 하나의 성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1957년 「빈」의 「모차르트·잘」에서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
물론 그전에도 「디스크」를 통해 그의 「슈만」「슈베르트」 등을 들은바 있어 실연에 많은 흥미를 가졌었다.
모든 연주를 서정적인 「노래」로 시종하는 그의 시성은 「빈」「피아니스트」가 아니면 표현키 어려운 독특한 맛이 있다.
「빈」에 체류 중 필자는 「리사이틀」협연, 실내악 등 여러 번 그의 연주에 접했는데 언제나 변함없이 낭만적이고 우아한 「피아노」를 들려주었다.
그로부터 10여년, 지금은 불타 없어진 서울시민회관에서 그의 첫 내한공연을 듣게되었다. 전에 비해 몸이 좀 비대해졌지만 그의 음악은 더욱 살이 쪄 그 재치와 낭만 위에 대가다운 무게가 생긴 것을 느꼈다. 특히 당일 연주한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 「슈만」의 『판타지』는 퍽 감개 깊게 들었다.
「굴다」 「바두라·스코다」와 같이 「빈」의 「베스트·드리」로 불리는 「데무스」는 1928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6세 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했고 1940년에는 「빈」음악원에 들어가 「피아노」를 「에드빈·피셔」, 지휘법을 「요세프·크립스」에게 사사했다. 14세 때에는 「빈」악우협회에 「데뷔」, 첫 독주회를 가졌다. 그는 「슈베르트」「슈만」을 즐겨 연주했고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 곡집은 전곡을 연주했다. 「폰·카라얀」의 연속 연주회에는 자주 독주자로 발탁되었다.
그는 세계각국을 순연했고 특히 남미에서는 1950∼1951년 「시즌」에 36회의 연주를 가졌다.
1947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음악상을 받았고 악우 협회서는 명예상도 받았다.
그는 「라이프치히」의 「바흐」 경연대회서 우승했고 1952년에는 국제 「브조니·콩쿠르」에 1등 상을 받았다.
그의 「레코드」는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 곡전집, 「슈만」 대전집, 「슈베르트」「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 등 수십 장에 이르며 최근에는 「드뷔시」전집도 나왔다.
이번 내한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슈베르트」「드뷔시」「베토벤」의 최종 「소나타」 등인데 그의 시정 넘치는 「빈」적인 멋이 마음껏 발휘되어 우리 귀를 충족시켜 줄 것을 믿으며 기대 또한 큰 것이다. 【정진우<피아니스트·서울대음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