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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직에 꺾인 첫 부통령|애그뉴 미 부통령 사임 그 언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애그뉴」 미 부통령이 오랜 잡음 끝에 10일 사임함으로써 현직 부통령이 오직 혐의로 물러나는 첫 선례를 미국 정치사에 기록하게 되었다.
「애그뉴」의 몰락은 그의 출세만큼이나 빨랐다.
그가 「볼티모」군의 군수로 선출된 것이 62년-그로부터 6년만에 그는 「닉슨」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되었다.
72년 선거에서 「닉슨」·「애그뉴」 당선이 확정된 날 밤 당선 축하 「파티」에서 「닉슨」 대통령이 「애그뉴」의 두 손을 잡고 높이 쳐들었을 때 「애그뉴」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공인된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선거 직후부터 시작된 「애그뉴」 독직 혐의가 신문 지면을 끊임없이 장식하게 되었다.
혐의 내용은 밝혀진 것만으로 ▲「애그뉴」가 「볼티모」 군수 시절 「레스터·마츠」라는 건축업자로부터 여러 해에 걸쳐 2만5천「달러」를 수회 했으며 ▲「메릴랜드」 지사 시절 선거 자금을 받아 개인 구좌에 입금시켰고 ▲개인 소득에 대한 탈세를 했다는 것 등이다.
「애그뉴」는 즉각 두 갈래 투쟁을 벌였다. 첫째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동시에 부통령의 면책 특권을 요구했다. 그는 현직 부통령은 의회의 탄핵을 받기 전에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들고 나왔다. 그는 「칼·앨버트」 하원 의장에게 상원의 「워터게이트」 특조위와 같은 것을 구성해서라도 자신의 결백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앨버트」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애그뉴」는 지난 9월부터 자신의 정치적 몰락을 불가피 한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 한달 동안 그는 「닉슨」을 네 차례나 만났지만 「애그뉴」가 기대했던 「닉슨」의 지원은 절망적으로 미지근한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송두리째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10월에 들어서면서 그는 『나는 이제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했다』고 선언했다.
『나의 정치적 장래는 「제로」』라면서 한탄하기도 했다. 그의 남은 소망은 단순했다. 『나는 머리를 들고 개인 생활로 들어가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그는 소박해진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법정 투쟁에 필요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자기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빴다.
「닉슨」과 하원에서 냉대를 받은 「애그뉴」의 제2전선은 여론 무마있다.
그는 『누군가가 자기를 부통령 자리에서 추방하려는 음모의 일환으로 자신에 대한 독직혐의 수사를 일부러 신문에 누설시켜 정식 재판이 있기도 전에 「신문 재판」에서 정치적인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그뉴」가 깊은 혐의를 둔 사람은 범죄 담당 법무차관 「피터슨」이다.
「애그뮤」 주장에 따르면 「피터슨」은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를 「콕스」검사에게 탈취 당하고는 명성 회복을 위해 초보 단계에 있는 「애그뉴」 사건을 슬금슬금 누설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성에서 이번 주 「볼티모」 연방 재판소 앞으로 보낸 보고서에 의하면 사건을 누설시킨 「소스」는 오히려 부통령 사무실 아니면 백악관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추측을 하는 근거는 신문에 누설된 정보가 부통령과 「닉슨」 대통령에게 제출된 보고와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점이다.
법정 투쟁 자세를 갖추면서 백악관 일각에서 사임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끈질기게 나돌았다.
「워터게이트」형 건으로 도덕적 품위를 크게 손상 당한 「닉슨」의 입장에서는 「애그뉴」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것이야말로 그럴 듯한 회생 책이라는 소리가 꼬리를 물고 나왔다. 「닉슨」은 몇 차례나 「애그뉴」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지만 그것이 김빠진 어조였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러한 사태 진전에 병행해서 「애그뉴」의 변호사들과 법무성 관리들간에 막후 교섭이 벌어졌다.
교섭의 내용은 「애그뉴」가 사임하는 대신 법무성은 「애그뉴」의 혐의 사실 가운데 가장 가벼운 것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합의된 것이 「애그뉴」가 67년 선거 때 기부금의 일부를 횡류하여 탈세했다는 점을 인정, 3년의 집행유예와 1만「달러」의 벌금을 무는 대신 부통령직은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애그뉴」의 후임으로는 「록펠러」「뉴요크」 주지사, 「리처드슨」 법무장관, 「코널리」전 재무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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