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뉴」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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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사람들은 요새 눈을 밖으로 돌릴 경황이 전혀 없다.
「행크·아론」이 「베이브·루드」의 「홈·런」기록을 끝내 깨지 못한 채 야구 「시즌」은 끝났지만 이제부터는 미식 축구 「시즌」 이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30%나 껑충 뛴 소고기 값에 주부들은 아우성이다. 기름 값도 앞으로 6개월 이내에 50%나 오를지도 모른다고들 내다보고 있다.
모든 물가가 다 뛰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경황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중에도 경황없는 것은 「닉슨」 대통령이다. 그 자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여 심심찮게 탄핵 소리를 듣는다. 국민의 반수 이상이 그의 결백을 믿지 않고 있다.
그의 부통령 「애그뉴」는 또 「메릴랜드」 주지사 시절의 수뢰 혐의를 받고 기소 직전에 놓여 있다.
부통령이 기소된 전례도 있다. 1827년에 「존·컬훈」은 전쟁상 재직시의 부정으로 기소되었다. 이때 하원은 현직 부통령이 대 배심에서 기소될 수는 없다면서 무죄로 만들었다.
「토머스·제퍼슨」 대통령 때의 「어런·버」는 「알렉산더·해밀턴」과의 결투 끝에 그를 살해했다하여 기소 됐었다. 물론 그도 실제로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지는 않았다.
「그란트」 대통령 때의 「콜팩스」 부통령도 철도 회사와의 부정 혐의를 받았었다. 그러나 하원 사법 위원회에서는 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의 범죄 때문에 탄핵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콜팩스」도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원 사법 위원회는 부통령이라 할지라도 기소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전례들로 봐서 이 문제가 하원으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애그뉴」로서도 자못 낙관할 수는 없다. 물론 부통령은 탄핵되기 전에는 결코 기소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법학자도 없지는 않다.
부통령이란 대통령이 유고시에 대통령 자리를 이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에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에 닉슨에게 변이 있게 되면 애그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부통령이란 대통령만큼 『불가결』의 존재는 못된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미묘한 것은 닉슨의 입장이다. 애그뉴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부터 여론의 초점을 돌리려는 잔꾀에 자기가 말려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보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은가 보다.
양단간에 닉슨으로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 턱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모잠비크에서 뭣이 있든, 칠레에서 뭣이 일어나든 아무 손도 쓰지 않는다고 탓할 수만도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물가 상승율이 3%로 묶여 있다는 것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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