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6일째, 나는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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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레지던트들 역시 남들보다 훨씬 빨리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6시,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2년차 윤지선(왼쪽 가운데·아래)씨는 눈을 뜨자마자 얼른 세수만 하고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 1(※이곳엔 신생아 중환자실이 모두 3곳 있다)로 달려간다.

신생아, 아니 예정보다 두 달 먼저 세상에 나와 벌써 26일째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아기는 아직도 체중이 신생아 평균(3㎏)의 절반도 안 되는 1.2㎏에 불과하다.

신체 기관이 다 미숙하지만 특히 장천공(腸穿孔)증세로 장(腸)이 몸 바깥에 나와 있다. 상태가 호전되면 장을 배 안으로 넣어주는 수술을 할 예정이다.

윤씨의 하루는 채혈로 시작한다. 문제는 이곳 중환자실의 미숙아들은 혈관이 워낙 가늘어 혈을 잡기 어렵다는 점. 이날 윤씨도 한 차례 실패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인 김애란 교수(왼쪽)는 매일 오전 9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간단한 컨퍼런스를 마친 후 오전 10시 레지던트·간호사와 함께 회진 도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3개 병동으로 나눠진 신생아중환자실 회진은 2시간 남짓 걸린다.

아기가 힘없는 목소리로 울기 시작하자 윤씨는“아팠지, 미안해~”라며 가녀린 손을 쓰다듬었다.

채혈을 마치면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체크한다. 소변은 제대로 봤는지, 배가 딱딱하게 부풀어 있지 않은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매일 오전 10시 이 병동 주치의인 김애란 울산의대 교수가 레지던트들과 함께 회진을 돌 때 불호령을 맞기 십상이다.

오전 10시 회진 현장음, 교수·레지던트의 대화, 의료기기 신호음

AM 06:00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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