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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소비자 마음 사로잡는 '이미지 마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0년대 초 인텔은 시장의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자사 칩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들이 경쟁사의 다른 제품으로 바꿀 조짐을 보였던 것이다. PC제조업체들은 비싼 인텔 부품을 써서 만드나, 다른 회사의 값싼 부품을 써서 만드나 상품을 파는 데는 별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텔 칩 브랜드로 쓰던 성능 단위 표시(286,386,486)가 숫자라 상표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판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도 못했다.후발 경쟁업체들이 인텔과 같이 이같은 숫자를 마구 썼던 것이다.이 때부터 인텔은 대책에 나서 '인텔 인사이드'로 잘 알려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썼다. 인텔 칩을 쓴 PC에는 잘 보이는 곳에 인텔 인사이드 마크를 붙이게 한 것이다. 인텔은 이런 캠페인을 3년 동안 총 2억달러를 들여 집중 실시해 대성공을 거뒀다. 과거에는 PC 안의 칩 따위엔 신경 쓰지 않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인텔 칩이냐 아니냐를 따지게 됐을 정도다.

한국생산성본부의 백인기 선임컨설턴트는 "인텔 전략은 컴퓨터속 부품을 본체 밖으로 끄집어 낸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은 셈"이라며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로서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브랜드 마케팅이 기업 생존전략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들은 일찌감치 브랜드 경영에 본격 나섰다. 모토로라의 경우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라는 독특한 임원이 있기도 하다. CBO는 전세계의 브랜드 마케팅을 총지휘하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자리다.

브랜드인 코크(Coke)와 제록스(Xerox)가 콜라,복사기 상품을 뜻하는 것처럼, 모토로라도 모토(Moto)를 휴대전화를 뜻하는 상품 이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5일 발표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는 기업들의 지난 한 해 '브랜드 마케팅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NBCI란 기업의 마케팅 활동으로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등을 100점 단위로 산출해 지수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표 참조>

19개 제품군에서 총 74개의 대표 브랜드를 뽑아 점수를 매긴 결과,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 자리(공동 1위 포함)를 고수한 것이 무려 15개나 됐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노트북 센스,양문형 냉장고 지펠과 현대자동차의 아반떼.NF쏘나타,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 딤채 등이다. 브랜드의 힘은 이처럼 끈질기고 오래 간다.

올해 처음 평가를 한 고급캐주얼과 프리미엄 분유 분야에서는 제일모직의 빈폴과 남양유업의 임페리얼드림XO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제품군별 NBCI 평균은 맥주(76).김치냉장고(75).에어컨(75) 등이 높았다. 다른 분야보다 브랜드의 힘이 세다는 뜻이다. 반대로 약주(68)와 MP3플레이어(67) 등의 브랜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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