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사대 졸업자의 교사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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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23개 사립 사범대학장들은 10일 긴급협의회를 개최, 문교부에 대해 차별적 교사임용제도의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채택했다. 문교부는 지난 7윌9일자로 공문을 보내 앞으로 사립사대출신자의 중등교원 임용에 있어서는 일반 대학출신 교직희망자와 마찬가지로 따로 채용고시를 거쳐야 한다고 시달함으로써 그 자격에 있어 국립과 사립사대졸업자 사이에 실질적인 차별을 두기로 했던 것이다.
각급 학교 교사의 채용에 있어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출신자를 우선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 사범교육제도는 그 자체가 물론 비판의 여지를 가진 것이다. 교직희망자의 수효가 수요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 하에서는 보다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일반대학출신자들을 두고서도 왜 반드시 사범계학과 출신자를 우선 채용해야 하는지, 그 명분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 교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범대학출신자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미 시대착오적인 사도논자들의 잠꼬대일 뿐이다. 오늘날 모든 선진국가들이 바로 그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널리 일반대학출신자를 교육연수원에 받아들여 교직자로서의 일정한 「트레이닝」을 거쳐 교사로 임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 우리 나라가 아직도 막대한 국고재정을 쏟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자비로 학비부담을 하고있는 수십 개의 사대·교육대를 설치, 운영하고, 또 대학과정의 사립사범계학과를 23개나 뒀다는 것 자체가 재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행 교육체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한, 사립사범대학출신자에게 실질적인 차별대우를 강요한 전기 문교부의 통첩이 심히 형평을 잃은 위법처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우리 나라 교육법은 모든 학교졸업자의 자격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문규정(제7조)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명칭에 공·사립의 구별을 표시할 수 없게 한 동법 제83조의 규정을 들출 것도 없이 문교부가 일단 설치를 인가한 이상 관청이 사립사대 출신자라 하여 그 자격에 관해 실질적으로 어떤 제약을 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명백히 법에 어긋난 위법·부당한 처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 문교부는 이른바 모든 학교의 평준화를 위해 사립학교교원의 채용에 있어서까지도 사전승인권을 장악함으로써 교원의 자질향상문제에 있어 거의 모든 학교교원들의 질적 균형배치를 능동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이라 하여 국공립사대출신자를 자동적으로 배치하고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마치 서자 취급하듯 차별적으로 일방적인 명령만 남발하는 등 구태의연한 행정으로부터의 탈피가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국립사대출신자이니까, 문교부가 책임지고, 사립사대출신자이니까 스스로 설치를 인가해주고서도 그 졸업자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행정으로서는 교원의 질적 균형배치를 통한 모든 학교의 평준화란 한낱 허울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전국사립사대학장들이 국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사대출신자들은 시·도별로 분할 배치한 다음, 동등한 자격으로 임용우선순위고시를 통해 발령토록 해달라는 건의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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