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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젓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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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교적 해산물이 풍부한 탓으로 우리 나라는 예부터 이의 조리법이 발달해왔으며 그 중에서도 젓갈은 이의 조리법이 발달해 왔으며 그 중에서도 젓갈은 이미 농경사회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유한 방법으로 전해 내려오는 저장음식이다. 생선을 주로 하여 소금이나 장에 절여 삭혀서 먹는 젓갈은 동남아음식의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젓갈은 그 가지 수나 만드는 법에 있어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젓갈을 즐기지만 종류는 몇 가지밖에 안 된다. 우리 음식에 있어서의 젓갈은 상용 밑반찬 외에 김치에 넣는 용도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는 대개 상품을 쓰지만 모든 가정에서 김장용 젓갈을 장만하는 일이 커다란 연중행사였다. 근래에 와서 젓갈들은 예전보다 많이 종류가 줄어들었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졌다고 한다. 젓갈에 고추 가루를 넣는 것은 이조후기부터였다.
젓갈을 담그는 방법으로는 ①소금에만 절이는 것 ②소금과 술·기름·천초(천초=조피나무) 등 향미를 섞어 담그는 것 ③소금과 누룩에 담그는 것 ④소금·엿기름·찹쌀밥 등을 섞는 것 ⑤간장에 담그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술이나 누룩을 사용하는 방법들은 현재 사라지고 향미료도 많이 없어져 점점 담박한 맛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젓갈의 재료로는 어패류가 가장 많이 쓰였으며 각종 수조육류를 곁들이는 어육장이라는 특수한 것도 있었다.
우리의 젓갈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굴젓·새우젓·조개젓·게젓·멸치젓·명란젓 등을 들 수 있다.
지방마다 재료와 담그는 법이 독특하여 함경도의 명란젓과 창란젓, 황해도 옹진의 새우젓, 전라도의 굴젓과 갈치속젓, 경상도의 합자젓(홍합젓)과 멸치젓 등이 특히 유명하다.
젓갈하면 전라도를 연상할 만큼 전라도의 젓갈은 종류가 다양하고 많기로 한국의 으뜸이다. 전라도의 젓갈로 손꼽히는 것만 해도 뱅어젓·갈치속젓·황새기젓·멸치젓·주젓(묵은 굴젓), 고흥의 석화젓·전어속젓(듬배젓)·바지락젓·대합젓, 위도의 고록젓(꼴뚜기젓) 등이다.
특히 초가을 전어의 내장으로 담그는 전어속젓은 그 씹히는 맛이 진품으로 깨와 마늘·참기름·붉은 고추를 썰어 양념하면 한없이 밥을 많이 먹는다 하여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젓갈을 담글 때는 소금을 꼭 볶아서 사용했으며 기름도 일단 끓였다가 식혀서 쓰는데 이는 수분을 제거시켜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불 수 있다.
젓갈을 담근 항아리 주둥이도 석회로 밀봉하여 외부로부터의 잡균이나 벌레를 막는데 힘썼다.
가장 담박한 맛으로 사계절 상에 내며 김장에 많이 쓰이는 새우젓은 대개 어장이나 배 위에서 직접 소금에 절여 담근다. 새우젓에는 오젓(5월에 담그는 것)·육젓(6월에 담그는 것)·추젓(가을에 담그는 것)·백하젓(백하=겨울의 흰 새우로 담그는 것)·세하젓(세하=잔 새우)·곤쟁이젓(자하로 담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전에는 곤쟁이 젓을 담글 때에 전복·소라·오이·무우 등을 미리 절였다가 소금기를 약간 뺀 다음 자하와 함께 넣어 반찬으로 독특한 맛을 내게 했었다.
멸치젓은 대개 3월에 담가 8, 9월이면 장을 달이게 된다. 특히 통영의 멸치젓이 유명한데 멸치가 삭아 맑은 젓국이 생겼을 때는 호박잎으로 기름기를 걷는다.
이 멸치젓국은 소금과 간장찌꺼기를 넣고 오래 달여서 체에 받아 멸치젓 간장을 만드는 데 이것으로 나물도 무쳐먹고 국을 끓이면 맛이 달다.
별미 반찬으로 꼽히는 게젓은 요 근래에 와서는 거의 모두 간장을 끓여 붓는 방법만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담그는 법이 상당히 다양했다. 소금물을 끓여 게를 담그는 염장해법, 술지거미와 소금, 식초에 담그는 주해법, 술과 백반가루, 볶은 소금에 담그는 주해법, 그리고 술과 간장, 천초에 섞어 담그는 장해법 등이 있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간장은 고기를 넣어 끓인 장조림 간장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게장들은 그 맛이 가을·겨울철에 가장 좋아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가정마다 독특한 기호로 즐겨왔었다.
우리의 젓갈 중에 특색 있는 것으로는 참새젓이 있다. 참새를 내장을 빼고 편편하게 두들겨 피를 깨끗이 뺀 다음 술로 씻어 말리고 볶은 소금에 기름을 끓여 식혀서 술과 함께 항아리에 넣고 밀봉하여 익힌 것이다. 향미를 내기 위해 참새 속에 천초와 파를 넣었다. <윤호미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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