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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폰 비관론 … 이틀새 시총 11조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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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전자가 새해 벽두부터 몰아닥친 거센 위기를 딪고 2013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연초 개장 이후 연 이틀 주가 급락을 맞은 삼성전자가 ‘역(逆)성장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당초 3일 예정된 지난해 4분기 실적(잠정치) 발표가 돌연 7일로 연기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실적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더불어 한국 제조업계를 이끄는 ‘맏형’이라는 상징성이 워낙 큰 탓이다. 3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0.99% 내린 129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130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8월 28일 이후 4개월 만이다. 더 불길한 것은 주가 하락세다. 불과 이틀 새 주가가 5.54%나 빠졌다. 단 2일 만에 날아간 시가총액만 11조1948억원에 달한다. 주원인은 실적 악화 조짐에 대한 불안감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실적 논쟁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 증권사 BNP파리바는 2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14% 나 급감한 8조원대에 머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목표 주가를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뚝 떨어트렸다.

 원화 가치 절상에 따른 환율 부담과 스마트폰 가격 하락 압력, 연말 임직원 특별 보너스 지급으로 인한 비용 증가 같은 ‘삼각 파도’를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증권가에서 점친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썩 좋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추정까지 나돌 정도다. 실제로 이런 성적표라면 ‘어닝 쇼크’에 가깝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최근 현대증권·삼성증권 등 삼성전자 4분기 실적 리포트를 낸 14개 증권사 중 6개 회사가 9조원대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부진 논란의 핵심은 그간 효자로 꼽혀 왔던 모바일 사업 부문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전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실적이 크게 뒷걸음쳤다는 징후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니·LG·화웨이가 삼성의 갤럭시S4에 버금가는 품질의 스마트폰을 쏟아내자 갤럭시S4 판매량이 2분기 2050만 대에서 3분기 1450만 대, 4분기에는 1000만 대로 급락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전망 역시 먹구름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사업 부문의 부활과 생활가전의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을 웃돌겠지만 주력인 스마트폰 부문에선 급속히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삼성전자가 수혜를 누렸던 고가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 조짐을 보이는 반면 그 자리를 중저가 스마트폰이 급속히 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의 텃밭 격인 중국 시장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낸 데다 화웨이·ZTE 등 중국 후발업체들의 시장 잠식도 예사롭지 않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 이세철 애널리스트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1% 성장하는 10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도 “모바일 부문은 지난해 25조5000억원에서 올해 24조5000억원으로 4%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준호·정선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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