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를 위한 건강법(38)-여름철 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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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옛날부터 『여름철에 과일을 많이 먹어야 일년 내내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 같은 옛사람들의 말은 최근에 이르러 자연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여름철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건강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름철 과일 권장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선 여름철 과일의 영양학 적인 가치는 수박·참의·복숭아·포도 같은 싱싱한 청과물들이 식욕 촉진과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향긋한 감미를 좌우하는 당분과 산뜻하고 시원한 청량감의 주인공인 유기산들이 이들 여름철 과일 속에 듬뿍 농축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기산은 구일산·주석산·사과산. 이들은 모두 산뜻한 청량감을 주는 동시에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데 맹활약을 한다.
그래서 이른바 「여름철 증후군」을 말끔히 씻어준다.
입맛이 없다, 매사에 의욕이 나질 않고 짜증만 난다,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무기력감과 허탈감이 앞선다, 머리가 맑지 못하고 무겁기만 하다…모두 여름철 증후군의 특징적인 증상들이다.
이 같은 여름철 증후군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산혈증과 수분·전해질 대사의 불균형이다.
여름철에는 우리의 체액이 자칫 산성쪽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기온이 높아 몸 세포들의 활동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먹는 음식조차 변변치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혈증을 중화시켜 기울어진 혈액의 생태를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여름철 증후군을 추방하는 전략 중 가장 기본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철 과일 권장론이 예나 지금이나 적극 주장되는 것은 수박·참외·포도·복숭아 등이 모두 강력한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이들 여름철 과일들은 한결같이 수분을 함유하고 있고 갖가지 무기질·「비타민」·당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여름철에 자칫 일어나기 쉬운 수분과 전해질 대사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주는데 안성맞춤인 식품이기도 하다.
더우기 여름철 과일들이 듬뿍 머금고 있는 수분은 자연식 예찬론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성분으로 꼽힌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오염의 우려가 전혀 없는 자연수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박을 비롯해서 참외·포도·복숭아 등이 지니고 있는 수분을 자연의 생영과 정기가 농축되어 있는 생명수라고 극구 예찬하기도 한다.
한편 다른 식품은 여러 가지 금기와 관련되어 있지만 여름철 과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오히려 여러 가지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령 수박은 강력한 이뇨작용으로 신장병을 비롯해서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든지, 복숭아가 어린이의 땀띠에 특효라는 사실은 옛날부터 널리 알러져 있다.
또 『1백세를 살게 하는 선과』로서 옛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복숭아가 실제로 소화를 돕고 육류나 생선으로 발생한 식중독 때도 이를 중화시켜 준다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단지 뱀장어 요리와 함께 먹는 경우에 설사를 일으킨다고는 하지만 어떻든 식후에 여름철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수박과 참외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켜 절명했다는 최근의 보도로 여름철 과일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러나 잘 익고 싱싱한 여름철 과일이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과일 껍질에 묻은 농약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다. 그러나 아무리 그 독성이 무서운 농약이라고 할지라도 깨끗한 물로 잘 씻어 낸다면 별로 문제가 될 수 없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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