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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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명인의 치명적인 8대죄』라는 한 해외신간이 화제가 되고 있다. 70 노령의 행태생리학자인「콘라드·로렌츠」의 신저. 원제는 「Civilized Man's Eight Mortal Sins」.
이 서독의 노학자가 지적한 8가지의 죄란 ⓛ인구과잉 ②공해 ③무모한 성장 ④의식마비 ⑤보전적 퇴화 ⑥전통의 단절 ⑦산화에의 민감성 ⑧핵무기등이다.
이중에는 생소한 견해들도 포함되어 홍미있다. 우선 인구과밀을 「식량부족」이나「생활공간의 축소」라는 통설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인간의 밀집은 마치 쥐가 새끼를 쳐서 번성할때와 마찬가지로 걷잡을 수없는 공학성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죽이고 물어 뜯는 쥐들의 세계가 바로 인간의 세계에도 재현되리라는 견해이다. 생각만해도 역겹고 전율스럽다.
그것은 추악한 자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수고와 근심이 없는 세계』는 인류의 발생과 함께 끊임없이 추구해온 이상의 세계이다. 인류역사의 그 하고많은 곡절은 오로지 이런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의 대가였다. 이런 이상은 사실 기술과 의학의 진보로 오늘날 상당한 실현을 보고 있다. 그러나 「로렌츠」교수는 여기에 냉담한다. 그것은 인간을 『우둔한』 바보로 만들어, 「기쁨과 성취와 열광」을 체험하는 능력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초조한 노력과 근심에 싸인 심통과 생명을 기울인 정열이 가져다 주는 성취의 기쁨은 실로 상쾌한 「휴먼·드라머」이기도하다. 그런 「드라머」가 없는, 마치 「제부인생」과도 같은 멍청한 삶은 정말 무미건조하다.,
작은 우리에 갇힌 쥐들처럼 서로 물어 뜯으며, 때로는 정신박약자의 세계처럼 얼이 빠져 있어야 하는 인간의 세계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버릴 수 없다. 원제 속의 「Sin」이란 도덕적인 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죄는 인간의 도덕적인 각성에 의해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인류는 「치명적인」 경지에 이르기전에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이성적 노력에의 포기는 인류자멸의 공범자가 되는 것을 면치 못하게 한다.
영국의 저명한 사학자 「토인비」는 그런 「병든 현대」를 고치는 노력의 수단으로 「종교에의 귀의」를 주장한 바있다. 종교에 뿌리를 둔 문명은 생명력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따라서 그 「종교」는 모든 가치와 이념을 포용하는 『고등한 것』이어야 한다고 「토인비」는 생각한다. 역시 그것도 인간의 도덕적능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오늘, 가까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깊이 반성해보는 학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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