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청와대 대변인 사퇴 "잠시 쉼표 찍으며 재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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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31일 사퇴했다. 김 대변인은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에서 “이제 저는 박근혜정부 집권 1년 차의 대변인직을 마치고,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모신 지난 기간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고 행복한 기간이었다. 제가 그간 모시고 봬온 대통령님께서는 진정 ‘국민행복 이외엔 모두 번뇌’로 생각하시는 분이셨다”고 적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쯤까지 기자들과 만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주변엔 올해 대변인직 수행에 대한 의욕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 사의를 표하는 게 낫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도 오후 4시쯤 다시 기자들을 만나 송년 인사를 나누는 등 사퇴에 대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대변인 역할을 맡아온 그는 최근 경질설이 돌자 스스로도 거취에 대해 고심해 왔다고 한다. 지난해 8월 5일 청와대 2기 개편 때 정무수석을 맡던 이정현 홍보수석이 자리를 옮겨 직속상관이 된 뒤 이 수석이 실질적으로 대변인 역할을 맡으면서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변인이 언제 그만두는 게 좋을지 오랜 시간을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연말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에 이어 김 대변인마저 그만두게 되면서 새 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두 대변인 모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청와대가 31일 행정관급 승진 인사를 마치고, 비서관급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대변인마저 공석이 되면서 새해 비서관급 인사폭이 커질 전망이다. 후임 대변인은 검증 절차를 끝내고 조만간 인선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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