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그랜저TG·BMW5 제일 잘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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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3년 중고차 시장의 흐름은 ‘국산 현대차, 수입 독일차’로 요약된다. 중고차 전문업체 SK엔카는 지난해 12월 31일 2013년 국산차 가운데 중고로 가장 많이 거래된 모델은 현대차 그랜저 TG, 수입차는 BMW 뉴5시리즈라고 발표했다. 신차 시장의 흐름이 중고차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지난해 국산차 중 현대차는 중고차 거래 상위 10개 모델 중 9개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그랜저TG 외에도 YF쏘나타, 아반떼 MD·HD, 싼타페CM, 포터2, NF 쏘나타, 그랜드스타렉스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현대의 준중형·중형·준대형·SUV차종의 대표 모델들이 모두 베스트셀링카에 선정됐다. 3위만 기아차의 K5가 차지했다. SK엔카 측은 “현대차가 전년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한 해 현대차를 제외한 국산차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에 현대차의 대표 모델들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선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차 시장의 법칙은 수입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수입 중고차는 지난해 신차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BMW 뉴5 시리즈, 뉴 3 시리즈가 1,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아우디·벤츠·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상위 10개 차종 가운데 8개를 차지하며 수입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국산차의 가격은 예전보다 높아진 반면 수입차의 가격은 점차 저렴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가 과거에 비해 프리미엄급 모델을 강화하고 수입차는 소형화·대중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K엔카에 따르면 5년 전인 2009년에는 500만원 미만인 중고차가 전체 중고차 등록 대수의 31.6%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500만~1000만원대 매물이 30.5%로 거래 차량 10대 중 6대 이상이 1000만원 이하 차량이었다.

 이에 비해 2013년엔 인기 국산차의 가격대가 한 단계 올랐다. 5년 전 3위에 그쳤던 1000만~2000만원대 중고차가 37%로 거래비중 1위에 올랐고 500만~1000만원대 차량이 29.8%, 500만원 미만 차량이 18.4%로 뒤를 이었다. 500만원 미만의 저가형 차량은 비중이 5년 새 절반으로 줄어든 데 반해 1000만원대 차량이 인기를 끈 셈이다. 2000만원 이상 중고차도 5년 전보다 5.8%포인트 증가한 14.8%를 차지해 전체적으로 중고차 값이 상승했다. 정인국 SK엔카 종합기획본부장은 “과거에는 마티즈나 모닝 등 소형 이하의 작은 차가 인기 모델이었으나 최근에는 그랜저·쏘나타·K5 등 중형차 이상급 모델이 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차는 소형차를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수입 중고차 매물 중 가장 많이 거래된 가격대는 1000만~2000만원대로 31.7%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이 확대된 2010년부터 1000만원대 매물은 23.1%에서 24.6%(2011년), 27.3%(2012년)로 매년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00만원대 매물은 2011년 32%를 기록한 뒤 점차 비중이 낮아져 지난해에는 1000만원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수입 신차 시장에서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작고 효율적인 차를 출시하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준중형차나 소형차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고 수입차 구매 연령대가 20~30대로 확대된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2009년 18.8%던 준중형차의 비중은 지난해 25.4%까지 높아졌다. 정 본부장은 “ 최근에는 실속형 소비 성향이 확산되면서 구매 목적에 맞춰 SUV나 준중형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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