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기의 폭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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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꼬박 90시간 동안 온 세계를 숨죽이게 했던 JAL기 납치사건이 간신히 막을 내렸다.
1백20여억원 짜리 비행기는 폭파되어 회신이 되어 버리고 범인 4명도 모두 잡혔다. 1백40명의 승객이 모두 무사했던 것만이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짤막한 희극을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하이재킹 사건은 잠잠했었다. 그래도 그동안 쉴 사이 없이 공중납치사건은 있었다.
일본 안에서도 이미 네 차례나 있었다. 미 연방항공국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비행기로서 납치된 것은 지난해 9월까지 무려 1백75대가 넘는다.
여기 관계했던 범인의 삭는 모두 2백11명. 그 중에서 잡힌 것은 39명이며, 하이재킹 때 죽은게 5명이며, 3명이 자살했다.
나머지 1백64명은 아직도 망명국에 있거나 국내에서 FBI에 쫓기고 있는 중이다.
한편 잡힌 39명은 모두가 최고 50년까지의 실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본다면 하이재킹이란 조금도 수지가 맞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하이재킹은 꼬리를 물고 있다. 아무리 몸수색이 엄중하다 하더라도 어디엔가 맹점은 없기 마련이다. 그만큼 범행이 쉽다는 얘기가 된다.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만큼 하이재킹이 화려(?)한 범죄라고 여기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가장 두드러진 본은 지난 69년7월에 TWA기를 유럽이 상공에서 납치했을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더우기 이때의 범인은 라이라·카래드라는 27세의 미녀였다. 그녀는 아랍· 게릴라의 여 투사였다. 언제나 그녀가 들고다녔다는 AK47이라는 자동소총과 함께 하이재킹이 갑자기 유행어가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후부터 하이재킹은 아랍·게릴라를 비롯해서 쿠바파, 그리고 또 일본의 적군파의 상투적인 전법처럼 되어버렸다. 그들은 모두가 정치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때로는 또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한 수법으로 하이재킹을 기도하는 적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목적을 먼 하이재킹이라 해도 그 이유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분명치 않다.
지난번의 KAL기 납북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렇다고 일본의 적군파에 무슨 득이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일은 더욱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5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확인이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면 굳이 기체를 폭파시켜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돈도 못 받았다면 일종의 분풀이로 했다고 애써 추측할 수도 있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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