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 환율제의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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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통화제도를 개혁함으로써 국제 경제질서를 바로 잡아 보려는 주요선진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윤곽은 아직도 갈피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나이로비에서 열릴 IMF총회까지 어떤 구체적인 안을 다듬어 제시하려 했던 20개국 회의는 여전히 아무런 개혁의 단서조차 잡지 못함으로써 9월 총회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처럼 국제 통화질서의 암중모색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각국이 과도기적 방편으로 수용하고 있는 변동환율제는 그것대로 큰 모순을 제기함으로써 국제통화 및 통화질서는 더욱 혼란의 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변동환율제도는 환투기를 가속화시키는 결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인플레 대책을 순화시킴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 해 졌기 때문이다.
변동 환율제의 도입으로 국제수지 및 환율상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미국「M·프리드먼」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반론으로 제기되었던 부작용이 오늘날 그대로 실증되고 있는 셈이다. 변동 환율제가 환투기를 조장해서 달러환율을 실세이하로 떨어뜨리고 있으며 각국은 변동활동에 따라서 인플레의 상승적 충격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혼란을 거듭함에 따라서 환투기와 자원투기가 곁들여지고, 결국 각국은 자원보호라는 극단적인 근린궁핍화정책까지 불사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개될 세계경제질서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C제국은 국제통화질서의 회복에 비관적인 나머지 금본위제를 가미한 독자적 통화권을 검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며, 일본도 엥화권 형성문제를 세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 달러화의 복권이 불가능해진 것은 분명하나, 그에 대체하여 등장할 새로운 질서를 당분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 될 것이라 하겠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세계경제의 본질적 동향이 그러하다면, 그 주류에서 파생되는 표면적 현상에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일을 우리가 거듭해서는 아니 될 줄로 안다.
세계 경제 질서가 우리의 소망대로 움직여 줄 것이라는 막연한 난관이나 희망을 가지고 국내정책을 다루는 것이 위험하다느니 사실을 이제 새삼 직시해야 하겠다.
우리의 수출입 의존도가 50% 수준에 있음을 고려할 때, 국제 경제상의 변동요인이 50%이상 국내경제에 파급 반영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정책 전개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서둘러야할 당면과제는 우리의 정책기조가 가정하고 있던 기본전제에 대해서 철저한 재검토를 가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기본방향에 차질이 있는 한 부분적인 모순을 타개하는 노력만으로는 사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는 일반논리에서 우리라고 벗어 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기본전제를 현실적으로 재평가하여 정책기조를 재구성해야만 우리는 격동하는 국제경제여건에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되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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