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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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알렝·봉바르(alnin bombard)라는 한 프랑스 의사는『인간이 얼마나 절망에 강한가』를 연구한 일이 있다. 그는 후에 이 연구의 결과로 학위까지 받았다. 그가 일하는 병원은 프랑스의 작은 항구에 있었다. 브로뉴·셸·메르 병원. 따라서 표류자의 경우를 남달리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그의 결론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생리학의 한도보다는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최악의 조건을 오래도록 견디어낸 유명한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다. 간디의 단식, 아문젠의 극지탐험, 그리고 브라이 선장의 항해 등이 그런 경우이다. 브라이 선장은 선원들의 폭동으로 자신의 배에서 탈출, 일엽편주의 보트를 타고 40일을 표류했었다. 식량이라고는 1주일분 뿐. 그러나 브라이 선장은 선원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40일 동안을 기아 속에서도 버티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요는 정신력이다. 봉바르의 총계에 따르면 해난자의 90%는 표류 3일만에 죽고 만다. 이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다. 왜냐하면 기아로 죽음에 이르면 그 보다는 훨씬 많은 시일이 지나가야 한다. 결국 표류자는 대부분이 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해 지레 죽고 만다는 것이다.
1918년 4월 14일, 상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 침몰했던 사건은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때 구명 보트에 탔던 사람 중 10살 이하의 아이들은 모두 살아났다. 그들은 절망할 만큼 사리의 분별력이 없었다. 『살수 있다』는 확신을 막연하나마 품고 있었다. 프리기트 함대의 메자스호 난파사건도 유명하다. 이때 바다에서 끝까지 표류 중이던 15명을 건져냈는데, 그중 10명은 구조선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다. 구조되는 순간, 생존에의 열망이 일시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봉바프는 표류 중엔 『무엇이나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짠 바닷물까지도-. 사람은 30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으면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짠물이라도 마시면 30일 동안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류자는 언제나 일정량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또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는 상태에 있으면 후에 물을 마셔도 쉽게 그 정상을 회복하기 힘든다고 한다.
그러나 봉바르가 마지막으로 얻은 결론은 그런 것이 아니다.『절망은 목마름보다도 빨리 사람을 죽게 만든다』-고 그는 단언한다. 따라서 표류자의 경우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절망을 먼저 죽이라고 충고한다. 그것은 그렇게 비현실적이 아니다. 연평균 20만명이 이 지구상에선 해난을 당한다. 그중 5만명은 모두 절망을 견디고 살아나고 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도 있다. 최근 1백 17일 동안 표류 끝에 월미호의 구출을 받은 베일리 부부는 그것을 행동으로 구현하고 있다. 필경 부부 서로간의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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