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우의에 새 가교 놓아 기쁘다|본사 이원달 특파원 서정일 월미호 선장과 선상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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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인 「모리스·베일리」씨 부부를 구조, 「호놀룰루」항에 13일 하오 1시45분 (한국 시간 14일 상오 8시45분) 기항한 월미 306호 선장 서정일씨 (32)는 14일 본사 이원달 특파원과 회견을 갖고 「베일리」씨가 구조된 후 14일 동안 선상 생활의 이모저모를 얘기했다.
다음은 이 특파원과 서 선장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문=「베일리」씨 부부를 무사히 「호놀룰루」까지 구조해 온 지금의 감상은?
답=내가 이들 부부를 구해 영국 국민과 한국 국민 사이의 우의의 가교가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문=「베일리」씨 부부는 왜 한국엘 오겠다고 고집하는가? 그 심정을 자세히….
답=「베일리」씨 부부는 한국 어선이 자기들을 구해 주어 재생의 기쁨을 안은 것을 잊지 못해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을 제2의 고향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건강 진단을 위해 「호놀룰루」에 가자고 할 때도 재생의 기쁨을 그대로 간직, 제2의 고향인 한국에 첫 발을 디디고 싶어 고집하는 것 같았다.
문=「호눌룰루」까지 돌아오는 동안 이들의 선상 생활은?
답=주로 양식을 먹었고 낮에는 걷기 운동과 일기 쓰기 등으로 소일했다. 저녁에는 1등 기관사의 침실에서 편하게 재웠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 관한 것을 계속 선원들에게 물어왔으나 선원들 가운데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어 잘 설명해 주지 못해 안타까왔다. 이들 부부는 선원들에게 간단한 우리 나라 말을 배워 인사말 정도는 우리말로 할 수 있게 됐다.
문=구조 당시 선원들이 찍은 「칼라」 사진은 어떻게 처리 할 작정인가?
답=이것 때문에 큰 고민이다. 영국의 「데일리·익스프레스」지에서는 1만5천「달러」 를 주고 사겠다고 제의해 오는 등 외국 언론 기관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나라 언론 기관에 넘겨주고 싶다. 지금 같아서는 달라고 하는데가 너무 많아 바다에 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문=항해하는 동안 전문을 많이 받았다는데?
답=언론기관 등으로부터 하루 평균 2백 통씩이나 받았다. 그 동안 받은 것은 수천 통이다. 내가 5년간 선원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며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전문은 받을 일 이 없을 것이다.
문= 귀국해서 할 일은?
답= 이번에 귀국하면 부모님과 상의, 마땅한 배우자를 얻어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상보 7면에>

<이원달 기자 특파>
중앙일보사는 사회부 이원달 기자를 「호놀룰루」로 특파, 「호놀룰루」주재 박정수 특파원과 합류, 월미호의 「호놀룰루」 기항과 「베일리」씨 부부의 표류 및 구조 상황 등을 취재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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