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기업의 저임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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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국인 투자 업체의 평균 임금이 국내 산업의 평균 임금보다 일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으며 그 중에도 특히 일본인 투자 업체의 임금 수준은 더욱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청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조사한 외국인 투자 업체의 임금실 태에 따르면 투자 국별로 임금 수준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외국인 기업 중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기업은 「파나마」계의 4만6천여원에 이르나 미국계는 2만8천여원, 그리고 일본계는 1만7천여원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투자 국별로 임금 수준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투자 업종이 노동 집약적인 산업인가, 아니면 자본 집약적인 산업인가 하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직접 투자 유치 정책은 새로운 각도에서 조정되어야할 것이다.
첫째, 임금 수준이 매우 낮은 일본계 기업이 차지하는 직접 투자 비율은 7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이 지급하는 평균 임금이 국내 제조업의 평균치보다도 훨씬 낮다는 사실은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에 어떤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들이 소규모의 자금으로 저임금을 일시적으로 활용하려드는 경우, 국민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의문스럽다.
즉 단위 투자 기금이 적으면 적을수록 원본 회수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때문에 임금 수준이 오르기 전에 원본을 회수하고 사태를 관망해 보자는 성질의 기업일 공산이 짙다. 만일 이들이 단기성 투자 기업이라면 국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저임금만 노리는 영세 기업은 앞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자본 집약적인 외국인 투자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낮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 후생의 증대라는 면으로 보나 수출 외환의 가득율로 보나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다. 또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사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라서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 집약적인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노동 집약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차별 대우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당초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게된 동기는 자본 부족을 메운다는 데에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대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경영 기법의 파급 효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뜨내기 기업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분명한 것이며, 이들을 통해서 경제 성장에 자극을 줄 수 없음도 명백하다.
노동청이 조사한 임금 지급 실태 하나만 보아도 외국인 투자가 국민 경제 및 국민 후생에 기여하는 정도를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을진대 당국이 외국인 투자 기업 실태를 좀 더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한다면 좋은 투자 유치 기준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동안의 실적을 토대로 해서 새로운 투자 유치 기준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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