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첫 흑인여성대통령후보 「치솜」저-『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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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가 대통령에 입후보한 것은 누군가 이일에 선례를 만들어 놔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나라에선 누구나 다 대통령에 나갈 수 있다고들 믿고있지만 그건 어림없는 이야기다. 나는 바로 대부분 국민들이 아직 흑인대통령후보나 여성대통령후보가 시기 상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뛰어든 것이다.』-미국의 72년 대통령후보였던 흑인여성 「셜리·치솜」은 자신의 이 경험을 정리한 책 『선전』(「캔필드·하퍼·앤드·로사간)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 속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즉 백인 남자, 그것도 돈 많고 수완 좋은 층에만 후보를 고정시키는 풍토를 파헤치면서 첫 흑인여성 후보로서 자신의 행동은 바로 이런 풍토와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다닐때 가는 곳마다 『장난으로 입후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같은 입후보자들도 그를 은근히 놀려댈 정도였다. 돈도 적었고 더욱이 정치헌금을 받는 길조차 알지 못했으며 어떤 유력 인사도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치솜」자신의 변명이나 흑인 여성의 정치문제를 넘어 미국의 정치현실을 쓰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정치가 여성이나 청년층 등 소수「그룹」의 요구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그저 「조정관」을 통해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다음번에 출마하는 이런 소수「그룹」출신들은 좀 다르게 취급될 것이다. 아직 문은 열리지 않았으나 틈새는 생겼다』고 그는 내다본다.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는 자신의 지난번 출마가 앞으로 머지않아 출현하게될 하나의 「성공」을 위한 첫 발이었다고 확신했다. 1928년 그때까지 「터부」로 돼있던 「가톨릭」신자 후보로서 「알·스미드」가 첫발을 디딘 것이 결국 1960년「존·F·케네디」를 낳았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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