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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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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기나 생선·채소 등에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서 기름에 지지는 전은 전유어로 대표되며 조선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전유아」「저냐」「전유화」(꽃같이 아름다운 모양이라는 뜻)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중국말로 전유어를 「거우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려라는 말로 이 전유어가 우리나라에서 흘러 들어갔음을 알려준다.
전유어는 색채를 잘 쓰지 않는 우리 음식에서 비교적 화려한 빛을 갖고있으며 반상뿐만 아니라 면상에 오르며 술안주로도 손꼽힌다.
전유어로 쓰여지는 재료는 이름의 뜻과 같이 생선·패류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육류 또는 소의 내장(간, 장, 천엽 등골) 그리고 채소류 등이다.
이 전 요리는 기록상에서 볼 때 19세기초까지는 성하지 않은 듯, 어패류에 밀가루만 묻혀 기름에 지진 어전이라든지 두부를 기름에 지진 두부전 정도가 알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전유어가 많이 보급되기는 19세기 중엽 이후로 보여진다.
17세기께 경상도 안동의 한 가내요리 책인 「음식의 비방」에 나오는 「어전」은 생선을 가시 없이 저며 간장과 기름에 양념한 다음 밀가루에 무쳐 지진다고 돼있어 지금의 소금간 법과는 좀 차이가 난다.
흔히 전 요리는 짙은 노란색으로 만들기 위해 달걀 외에 치자물을 들이지만 반대로 달걀대신 녹말을 씌워 붙여서 흰색 전을 즐기기도 한다.
전유어로 맛있는 생선은 민어·대구·명태·도미·가자미·뱅어 등으로 살이 부드럽고 맛이 담박한 것들이다. 뱅어 전은 뱅어의 뼈를 빼고 반으로 갈라 칼등으로 가볍게 두들겨 소금을 뿌리고 찹쌀가루를 묻힌 위에 달걀을 씌워 지지는 것이 특색이다. 이 뱅어 전은 겨울철이 가장 맛이 좋다.
초개종류로는 대합·굴·해삼 등이 전으로 쓰여지는데 해삼전유어는 해삼 안쪽에 쇠고기 다진 것과 두부를 함께 갖은 양념한 소를 넣고 밀가루와 달걀을 안쪽 소 넣은 곳에만 씌워 지지는 것으로 검은 해삼색깔과 소의 노란빛이 어울려 다채롭다.
여름철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채소 전은 호박·가지·파·풋고추 등으로 여기에는 쇠고기 다진 것을 어울려 진한 맛을 내기도 한다.
술상에는 파전이 많이 오른다. 명절음식으로 유명한 간 전유어는 간을 소금에 여러 번 주물러 피를 완전히 빼버려야 달걀을 씌웠을 때 맑고 먹음직스런 색깔이 된다.
전유어 중에서는 특히 황해도 고기전이 이름 높다. 연한 살코기를 거의 손바닥만하게 떠서 양념하여 밀가루와 달걀에 무쳐 지져내는 이 고기 전은 그 맛에다 푸짐하게 큼직한 모양이 더욱 이채롭다. 특히 황해도 소는 연하고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가을과 겨울의 잔칫상엔 이 고기전이 별미로 올려진다.
이밖에도 연근을 삶아서 실을 뽑아내고 동글게 썰어 간장과 참기름에 밀가루를 무쳐 지져내는 연근전, 두부를 저며 기름에 지져 3∼4개씩 꼬치에 끼여 먹는 연포전, 더덕은 껍질 벗겨 두들겨서 쓴맛을 빼고 물을 짠 다음 찹쌀 가루를 무쳐 지져 내는 섭산 등이 예부터의 조리법의 책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다.
전유어의 일종으로 화전은 반찬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술안주로 또는 간식으로 쓰여지는 것이다. 거의 튀김에 가깝게 기름을 넉넉하게 끓이다가 지져내는 것이다. 찹쌀가루에 껍질 벗긴 매밀 가루를 조금 넣고 진달래꽃·장미꽃·봉선화·맨드라미·출단화 등의 꽃잎을 많이 넣고 눅게 반죽하여 쓴다.
전유어를 상에 낼 때는 초간장이나 겨자를 곁들인다.
모든 명절·생일 상에는 흔히 전유어가 많이 오르지만 특히 4월 8일(음력)의 해삼 전, 7월 칠석의 게 전 등이 시식으로 이름높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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