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배송 빨리빨리 경쟁 시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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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841명 전 직원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다는 채은미 페덱스 한국 지사장. [안성식 기자]

콜센터부터 물류 운송 담당자까지 전 직원이 정직원인 기업. 평균 이직률 3% 미만. 세계적 인사조직 컨설팅회사인 에이온 휴잇이 조사한 ‘한국 10대 최고의 직장’에 2010년까지 4회 연속 선정된 페덱스코리아를 7년째 이끌어 온 장수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콜센터 직원으로 시작해 내부 승진으로 한국 대표에 오른 채은미(51) 지사장을 지난 19일 서울 합정동 페덱스 본사에서 만났다.

 채 지사장은 20대 중반에 고객관리부에 입사해 1991년 28세로 최연소 고객관리부장이 됐다. 이후 배송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그라운드 오퍼레이션 이사를 거쳤고 2004년엔 페덱스 북태평양 인사부 총괄상무로 임명돼 3000여 명의 직원을 관리했다. 그는 물류의 최근 흐름에 대해 “과거에는 항공특송이 속도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헬스케어, 바이오제품 등 주의를 요하는 특송품이 많다. 이 때문에 올해 8월에는 온도를 2~8도로 96시간 유지하는 새로운 저온배송 포장 서비스를 선보였고, 상자의 버튼만 누르면 5분 내로 4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리는 특수 냉각 포장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채 지사장은 또한 “고객들이 지역별로 잘 정비된 특송사를 알고 있어 관련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 관세청의 전문가를 초빙해 자동차·섬유·정보기술(IT)·전자 분야의 중소기업 관계자 350명에게 증명방법 등에 대한 강연을 연 것도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측면이 컸다.

 3년 연속 본사를 설득해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페덱스코리아는 2011년 한국 취항 특송사들 중 가장 먼저 최신 기종인 B777을 투입했고, 멤피스 본사에서 인천공항으로 직항을 띄웠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해외 발송 제품의 접수 마감 시간을 최대 2시간까지 늦췄다. 급히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내는 중소기업들을 배려한 서비스다. 올해는 대전 사무소를 오송단지로 6배 확장해 이전했다. 그는 “헬스케어나 바이오, IT 등 첨단 산업벨트가 있는 오송의 한복판에서 직접 물류 편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지만 그의 서비스에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 있다. 페덱스의 유학서류 배송 할인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해외대학 입학 시즌인 11~2월 페덱스는 0.5㎏ 이하의 유학서류를 최대 68% 할인된 1만9100원에 배송한다.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지방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 캠프’도 사람 중심인 페덱스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지방대생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컨설팅을 해주고 우수한 학생은 정직원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채 지사장에게 장수 CEO가 된 비결을 물었다. “콜센터에서 목소리로 일할 때도, 물류현장에서 몸으로 일할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 중심이라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반성하고 기도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글=채윤경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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