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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로 소비자 눈길 끄는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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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남역 엠스테이지 광장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브릴리언트 큐브’.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연세대 목진요 교수의 작품이다. [사진 이노션·롯데자산개발]

올 10월 2일, 젊은이들이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는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엠스테이지 광장에 사각형의 조형물 하나가 등장했다. 이 조형물은 요즘에도 하루 25번씩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연주에 맞춰 강화 유리와 철골 구조 안에 발광다이오드(LED) 모듈을 장착한 총 576개의 막대기가 상하로 직선운동을 하며 3차원의 빛을 쏘아내고 있다. 이름은 ‘브릴리언트 큐브(Brilliant Cube)’.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 연세대 교수(디자인예술학부)의 작품이다. 최근 예술계에서 트렌드로 뜨고 있는 키네틱 아트(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예술작품)를 활용,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빛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업의 공공 예술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외국 유명 작가의 조각상이나 그림을 들여와 사옥 안 또는 앞에 전시하는 데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정체성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 작가가 아닌,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 작가가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롯데몰도 지난해 김포공항몰에 이어 올 5월 말 개장한 동대문 피트인 쇼핑몰에서 매일 밤 일몰 후 밤 12시까지 ‘HD 고화질 매핑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대의 빔 프로젝터를 동원해 건물 벽에 화면을 연출하는 시도다. 롯데피트인 임형욱 마케팅팀장은 “지나가는 고객이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아트를 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몰 김포공항점 외벽을 감싼 ‘HD고화질 프로젝션 매핑 아트 프로젝트’. [사진 이노션·롯데자산개발]

 서울역과 마주한 서울스퀘어 빌딩 전면도 매일 밤이 되면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변한다. 가나아트갤러리가 LED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가로 99m×세로 78m의 디지털 캔버스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방식은 아니지만 벽화나 아트월 작업도 활발하다.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자체 디자인으로 만들어 납품하는(ODM방식) ㈜시몬느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앞 플래그십 스토어 공사 현장에 브랜드 가치를 옥외 예술로 표현한 ‘가림막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 9월 선보인 ‘실’ 프로젝트에 이어 장인의 정성·도구·가죽까지 핸드백 제작을 예술로 형상화한 프로젝트를 네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브랜드도 올 9월 현대미술가 집단인 ‘숨’의 기획으로 건물 외벽에 아트월을 만들었다. 길이 30m의 단풍잎 모양 아트월을 건물 외벽 양쪽을 비롯해 매장 곳곳에 설치해 고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기업들이 공공 예술에 힘을 쏟는 것에 대해 목진요 교수는 “제품이나 광고만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 교수는 “아티스트들도 기업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고,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며 “기업·사회·작가의 요구가 새로운 형식의 공공 아트를 늘리는 공통의 토대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벨기에의 덱시아(DEXIA) 타워처럼 일반인들이 직접 입력한 데이터를 건물 외관에 구현해 공공 미술에 참여적 성격을 도입한 경우가 국내엔 별로 없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SK플래닛 M&C부문이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 운영하고 있는 가로 6m×세로 3.5m의 대형 LED전광판이 동작 인식을 통해 증강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정도다. M&C 관계자는 “아직은 옥외 광고판 형태지만,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일부 공공 예술로 확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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