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의 재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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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대하여 김 외무장관은 ①8·15선언이나 7·4공동성명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정치적 단위」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②북한의 「유엔」전문기구 가입문제는 앞으로 정세를 보아 가입 저지가 유리하다면 막을 것이다. ③금추 「유엔」총회에서의 한국문제토의 대책은 우리의 국익에 가장 합치되는 방법을 우방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④북한을 승인하는 국가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우위가 아직 지속되고 있다. ⑤외교정책은 다원화하고 정책수립에 있어 중지를 모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를 느낀다 등등 주목할만한 답변을 했다.
냉전시대의 종언과 국제권력정치의 다원화경향, 그리고 남북대화 등, 국제사회에서 두개의 한국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을 활발케 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승인한 나라의 수는 북한을 승인한 나라의 수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데다가 대한민국이 새로 승인을 받고자 하는 나라들은 주로 폐쇄적인 공산국가들인데 반해 북한이 새로 승인을 받고자하는 나라들은 개방적인 자유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현재 한국을 승인하고 있는 나라는 88개국이고 북한을 승인하고 있는 나라는 54개국이지만 두개의 한국 현실화 경향은 이 두개 수자 사이의 격차가 점차로 줄 것으로 내다보아야 한다. 이처럼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기득한 지위의 확보나 새로운 지위의 확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아 우리가 북한보다 무리하게 되어 가는 것은 우리국가 외교가 잘못 전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주로 국제정세가 남북한을 동격으로 취급케 하려는 경향은 일부국가가 한국에서의 남북대화의 참뜻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현재의 외교활동에 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제정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도전이 한국에 무리하면 할수록 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한국의 지위를 확보하고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외교는 무엇보다도 고루한 「이데올로기」상의 동맥경화증에서 벗어나야 하며, 변하고 있는 국제정세의 현실에 부합할 수 있는 탄력성과 신축성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고 있다 해서 한국이 북한을 정치적 단위로 인정치 않고 있음은 김 장관의 답변 대로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국내정치면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지만 국제정치면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솔직이 인정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통하되 대외적으로는 통하지 않는 논리를 가지고 외교정책의 기본 방법으로 삼을 수는 없다.
「프랑스」처럼 한국이 북한을 승인치 않는 한 자국은 북한을 승인치 않겠다고 선언해 주는 고마운 나라도 있지만 북구 5개국처럼 남북대화를 이유로 남북한 동시승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의 염원을 반영하여 남북대화를 지속시켜 나가야 하겠지만 그것이 외교면에 주는 「마이너스」작용을 막는데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대담하게 행동해 나가야 한다.
외교정책의 기본방향 설정을 외무부나 국회 외교분위에만 맡기기에는 한국의 전도는 너무도 험난하다. 정부는 이점을 솔직이 시인하고 국내정치나 외교의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외교정책심의기구를 하루빨리 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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