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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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린이보호운동의 하나로 「어린이날」이 제정된지 올해로 50돌이 되지만 어린이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어린이를 둘러싼 교육에 대해 어린이자신들은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으며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는 구체적으로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단체 협의회와 서울시 부녀·아동과는 11일 하오 3시 여성단체협의회의실에서 김완진씨 (이대교육과강사)의 사회로 어린이들의 세미나를 공동으로 마련, 시내 각 국민학교 5, 6학년 어린이 50여명으로부터 이러한 의견을 들었다.
먼저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학습에 관한 것이다. 한 어린이가 『우리 어머니는 내가 놀이를 하면 너무 논다고 야단을 치며 늘 공부해라하는 말만해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지겹다』고 말하자 참석한 어린이들은 일제히 이 의견에 찬동했다.
또 한 어린이는 어머니·아버지가 공부하라는 것을 늘 강조하면서도『우리가 말하기 전에 미리 충분한 학습자료와 참고서를 마련해주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하며 특히 책을 사달라고 부탁하면『공부도 못하면서 책은 무슨 책을 사느냐』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우리 어머니는 내가 막내아들이라고 나를 톡별히 춰급한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형제를 차별대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부모의 행동 중 이 형제 차별대우 못지 않게 어린이들 눈에 비판적으로 비치는 것은 지나친 꾸증을 하는 것이다. 그릇을 깨는 등 실수를 한 경우 부모가 너무 꾸짖는다는 데 많은 어린이가 찬동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린이들 눈에 비친 아버지 모습인 듯하다.『보통 때는 물론 휴일이나 일요일에도 우리가 떠들지 못하게 하며 낮잠만 주무신다』고 아버지 모습을 평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아버지를 『하루에 한번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평하며 그 대신 백원짜리 돈을 척 내주는 등 용돈은 후하게 준다고 말한다.
할아버지·할머니를 보는 어린이들의 시선은 보다 비판적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래라 저래라 일일이 간섭을 한다고 불평하며 특히 아들이면 그만인줄 안다고 한 여자어린이는 지적했다.
어린이들 눈에 비친 돈 사상은 너무 순하다는 것과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게 할 만큼 엄하다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한 어린이는 『우리선생님은 음악선생넘이라 그런지 수업시간을 철저히 지키지 않고 모든 과목을 골고루 가르치지 않는다. 새 학년이 된 후 아직 체육시간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해 주의를 끌었다.
우펀배달원·교통순경·청소부·버스차장·상인 등 어린이들을 둘러싼 사회인들에 대해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좀더 친절하고 담배를 길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 등 공중도덕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상인들에 대해서는 불량식품을 팔지 않는 상도덕을 지켜줄 것올 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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