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장 긍정적"… 차분해진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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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인사개혁안'으로 빚어진 이른바 검찰파동이 11일 인사를 고비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12일 일부 간부가 추가로 사퇴했지만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긍정 평가 분위기 속에서 평검사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추가 검사장 승진자를 포함한 부장검사급 후속 인사와 宋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사상 초유의 공개토론회를 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한 검찰 인사파동이 새 검찰총장의 내정을 계기로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김학재 대검차장(中) 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강당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식장을 떠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은 이날 이춘성(李春盛)공보관을 통해 "검사장급 추가 인사를 다음주 초에 실시하고 이달 마지막 주 중반께 지청장 이하 부장급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떠나는 간부, 남는 간부=지난 10일 사표를 냈던 김학재(金鶴在) 대검차장이 12일 퇴임식을 열고 검찰을 떠났다. 그는 "검찰 중립을 위해서는 검찰 일은 검찰에 맡겨야 한다"며 자체 개혁론을 주장했다.

또 초임 검사장 직책인 광주고검 차장으로 발령이 난 조규정(趙圭政) 광주지검장도 이날 사표를 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를 전후해 퇴임한 검찰 간부는 1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3~14회의 일부 간부는 宋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현직을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과 11일 사의를 밝혔던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남아달라"는 일선 검사들의 간곡한 만류를 받아들여 당분간 잔류키로 했다.

그러나 중간 간부진에서는 "청문회를 보고 거취를 결정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든가 바로 사퇴하는 게 조직과 후배를 위하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주까지 검사장급 간부들의 사퇴 여부를 지켜본 뒤 다음주 후속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장내정자 의전, 총장에 준하기로=이날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사상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된 宋내정자에 대해 대검은 이날 검찰총장에 준한 의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검 관계자는 "호칭도 그냥 '총장님'이다. 대검에 출근하지 않고 결재권만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형식상 전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난 宋내정자의 의전 문제를 놓고 한때 고민했다. 후배인 정홍원(鄭烘原.14회) 법무연수원장에게 보직 신고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결정으로 宋내정자는 13일부터 연수원이 아닌 대검 맞은편 서울고검 13층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한다. 항명 사태로 물러났다가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심재륜(沈在淪)전 고검장이 '무보직' 상태에서 쓰던 사무실이다. 宋내정자는 이곳에서 청문회 준비를 할 계획이다.

한편 병역이 면제된 것으로 알려졌던 宋내정자의 장남은 현재 현역군인 신분인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임이 확인됐다.

◆네티즌 비아냥에 반박도=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회 직후 네티즌 사이에서 '아버지인 대통령에게 대든 건방진 검사'라는 뜻으로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한 것과 관련, 한 검사는 검찰 통신망에 반박성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을 아버지에 비유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대통령에게 할말을 한 것 가지고 건방지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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