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왜 검찰 바로 세우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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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검찰은 진정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지금 한국 검찰은 참으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잘하면 정상적인 국가의 검찰로 새롭게 태어나 검찰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국면에서 사악한 계산과 생각들이 개입하면 한국의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은 검찰의 문제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검찰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 줄타기에 능한 정치검사들

한국 검찰의 핵심 문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권위의 재정립이다. 그동안 검찰이 국민에게서 외면을 받아온 데는 검찰이 지극히 정치적으로 움직였고, 대차고 강단있게 불의와 대결하는 검사의 모습보다는 출세욕에 눈이 멀어 정치세력의 요구에 끌려다니거나 정치세력과 서로 거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법무부 장관을 외부에서 기용한 것은 이 시기에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처음부터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검사들의 출세욕을 채우는 도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으로 있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눈멀어 정치권에 줄을 대며 온갖 비열하고 굴욕적인 행동을 하거나, 나아가 정의를 왜곡하고 검찰기능까지 멍들게 만드는 장면을 우리 국민은 신물나게 보아 왔다.

이제는 줄타기에 능한 낡은 정치검사들부터 검찰에서 완전히 척결하고 실력 있고 정의감이 강한 정의의 검사들의 진면목을 국민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찰의 독립은 인사의 독립과 예산의 독립에 있다. 진정으로 '검찰 바로 세우기'를 하려면 인사와 예산의 독립을 제도화해 정치권력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검찰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려면, 장관의 외부 인사 기용에 이어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서로 분리한 구도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다만, 완전 독립된 검찰이 검찰총장까지 스스로 정하는 경우에는 '검찰 파쇼'와 내부 연고주의 발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법무부와 국회가 개입하는 이원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실질화해 검찰총장을 복수로 추천하여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하고,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통제를 하되 검사의 임용.전보.승진은 검찰인사위원회에서 독립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검찰인사위원회는 검찰총장, 고검장급의 검찰 내부 인사로 구성하여 외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시키되, 부장검사와 평검사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각 직급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하고 인사의 기준을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차후 검찰 업무에서 분리시켜 정부의 법무 업무만 관장하게 하고, 현재의 법제처 업무를 그 기능에 알맞게 재조정하여 국회와 법무부로 각각 이관시키고, 법무부 검사를 따로 채용하는 방안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인사는 능력 본위로 해야 하므로 지역.학연 안배 또는 연수원 기수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법률가 충원시스템의 개혁과 아울러 사법연수원도 해체하고 법원, 검찰, 변호사 직역이 따로 직역연수를 해야 하므로 이 문제는 시스템의 개혁으로 해결하면 된다.

*** 사법연수원 해체 등 검토를

개혁은 원리와 시스템의 작동법에 따라 해야 성공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설계가 있어야 한다. 먼저 인적으로 정치검사를 일소하되 검찰의 인사.예산의 독립이라는 검찰 개혁의 실질적인 청사진을 실행에 옮겨 '신정부의 검찰 장악'이라는 의혹을 불식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설득력있는 전체 구도가 없이 단순히 외부 인사 기용이나 기수 파괴만을 내세우면 대중에게 흥밋거리는 보여줄 수 있을지언정 정상국가(正常國家)로의 길은 도중에 왜곡될 위험이 있다.

지금 시대에 우리 국민도 식상한 '깜짝 쇼'나 충격을 주는 촌스러운 국정운영 방식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21세기 정상국가의 전체적인 청사진 속에서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라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검찰 바로 세우기'의 좌표도 여기에 있다.

鄭宗燮(서울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