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부양책 州정부서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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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주정부들의 반발로 시행도 하기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캘리포니아주 등 주요 주정부들이 예산적자 폭을 축소하기 위해 잇따라 세금인상을 추진하는 등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의 부양책에 쐐기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지난 1월 7일 향후 10년간 배당소득세 철폐 등 각종 세금 감면을 골자로 하는 6천7백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의회 통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부양책에 따르면 9천2백만명에 이르는 납세자들은 각종 감세정책에 따라 올해부터 연 평균 1천달러 이상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도록 돼있다. 가처분소득의 증대는 곧바로 기업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져 앞으로 3년간 2백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부양책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까지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이제는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실제로 실시해야할 주정부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예산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금을 인상하고 지출을 줄여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재정적자 상황이 전후 최악에 빠졌고, 앞으로 2년간 적자규모가 3백억 달러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주와 텍사스주의 경우도 올해 각각 1백15억 달러 및 99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주정부의 예산적자는 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해 소득 및 법인세 수입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이나 교육 및 국토안보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은 좀처럼 줄지 않아 적자폭은 날로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각 주정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성하는 데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기업인 S&P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켄터키.뉴저지.위스콘신주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코네티컷주는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고, 학교지원을 삭감하는 등 지출을 줄이고 주민세금을 대폭 올려 겨우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다른 주들도 결국 코네티컷주가 움직이는 대로 방향을 틀 것이 확실시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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