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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김일성 배지 안 단 이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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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을 비롯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왼쪽) 등은 모두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247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 휘장(배지)을 달고 다닌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의 표시다. 하지만 예외가 한 사람 있다. 바로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62일 만에 공식석상에 재등장한 이설주의 가슴엔 배지가 달려 있지 않았다.

 김일성 배지 없이 등장한 또 한 사람은 처형 직전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장성택의 마지막 모습은 두 손을 포승줄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인 장면이었다. 그의 가슴에는 늘 달고 다니던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없었다. 역모를 꾀한 혐의로 처형된 만큼 ‘성스러운’ 배지를 달 자격조차 박탈당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설주는 다르다. 지난해 7월 6일 이설주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참관하면서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같은 달 25일 평양 능라유원지 방문부터는 배지가 사라졌다. 짧은 검정 치마에 녹색 블라우스 차림의 이설주는 배지 대신 꽃 모양의 브로치를 오른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 이후 이설주는 하이힐을 신고 머리핀을 착용하는가 하면 인민복이 아닌 바지를 입고 명품 가방을 드는 등 파격적 행보를 계속했다.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지 두 달여 만인 17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식에 모습을 보인 이설주는 김정은과 함께 다른 당·군·정 간부 앞 열에 서서 퍼스트레이디로서 공고한 지위를 보여줬다. 금수산태양궁전 계단으로 올라갈 때는 김정은의 팔짱을 끼는 모습도 보여 감금설 등 세간의 추측을 불식하기도 했다. 김정일 2주기인 만큼 배지를 착용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설주는 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은 1년 이상 이설주의 배지 착용 유무에 주목했지만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젊은 이설주가 개성을 추구하고 주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패션에 신경을 써 온 것 같다. 배지 착용은 자유분방한 이설주의 성격 탓이 아닌가 싶다”(정부 관계자)는 정도의 관측만 내놓고 있다.

 ◆김경희, 김국태 장례식도 불참=이설주의 배지 미착용과 함께 관심을 모은 건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의 추도식 불참이다. 김경희는 김정일 2주기 추도대회는 물론 16일 국장으로 치러진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례식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김국태 장례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등 참석자 명단을 전했지만 김경희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김경희가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장성택 숙청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측과 건강 이상설 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북한과 같은 봉건사회에선 남편이 처형됐는데 부인이 공식 행사에 나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가 ‘백두혈통’으로서의 상징성만 갖고 있을 뿐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실질적인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원엽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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