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NSA 통화기록 수집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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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정보 수집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DC 법원의 리처드 리언 연방판사는 16일(현지시간) NSA의 무차별적인 통화기록 정보 수집은 수정헌법 4조를 위반한 것인 만큼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수정헌법 4조는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제정됐으며 부당한 수색·체포·압수에 대해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언 판사는 “법무부가 휴대전화 통화기록 수집이 테러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조직적이고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한 이런 행위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고의적인 침해행위를 상상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헌법 제정에 참여한 제임스 매디슨도 정부의 이번 사생활 침해를 보면 경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언 판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무선통신회사를 통한 통화기록 수집을 금지하고 현재 보유한 데이터를 파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 명령도 내렸다.

 리언 판사의 이번 판결은 시민단체 ‘프리덤 워치’의 보수적인 변호사 래리 클레이먼이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결과다. 하지만 NSA의 통화기록 수집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은 이번 사안이 국가 안보에 미칠 파문이 큰 만큼 앞으로 상급 법원의 최종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는 유보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보통 항소에 따른 최종 판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리므로 이 기간 동안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리언 판사의 판결에 대해 백악관은 논평을 유보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는 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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